본문 바로가기

시작노트

시내버스에는 오늘도 동전이 구른다


시내버스에는 오늘도 동전이 구른다



시내버스에는 자투리 꽃, 따라지 꽃 흐드러지게 피네

모두가 급행으로 달리는 세상을

굽이굽이 완행으로 돌고 도는 시내버스

승객들은 느린 세상의 이치에 길들여진 갈대꽃마냥

낮은 데로 풀썩 주저앉아 바람결에 수화를 건네네

언덕받이 정거장에서 할머니 한 분

힘겹게 보따리를 들고 차에 올라 천원샵을 펼치네

수세미, 빗, 손거울, 손톱깎기......

여기저기서 뻗어나온 손길이 그녀의 물건들을 차지하네

삶을 시험하는 힘든 고개라도 있었나

덩커덩하는 급작스런 움직임에

할머니 보퉁이에서 와르르 동전이 쏟아졌네

자투리 꽃, 따라지 꽃들이 부랴 부랴 동전을 주어

보퉁이로 돌려 보내네

마지막 한 입이 보퉁이로 떨구어지는 순간의

깊은 안도의 숨죽임이여

오늘도 시내버스에는 동전이 구르고 있을까

자투리 꽃, 따라지 꽃 흐드러지게 피고 있을까



'시작노트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월, 사람의 그림자가 그립다  (0) 2010.02.16
커피는 가을 편지처럼   (0) 2010.01.24
<시>마레지구 노천카페에서   (0) 2010.01.19
양동, 겨울풍경  (0) 2010.01.19
인생이란  (0) 2010.0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