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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연하장을 다시 읽다

연하장을 다시 읽다

 

 

지난 세밑에 몇통의 신년 연하장을 받았다. 휴대폰을 통해 간편하게 소식을 주고받는 요즘 시절에
우체국을 거쳐온 연하장을 받고 보니 감회가 새롭다.
새해 시작을 알리고 축하하는 글을 담아 전하는 연하장의 풍습은 언제부터 시작되었을까. 서양에서는 15세기 독일에서 아기예수의 그림과 신년을 축하하는 글을 동판으로 인쇄한 카드를 만들기 시작한데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이어 18세기 말에는 명함에 그림을 넣는 풍습이 생겨났고, 19세기 후반부터 크리스마스 카드 교환이 시작되어 점차 크리스마스와 신년인사를 겸한 연하장으로 발전했다.

 

코로나로 지친 마음을 위로

 

동양에서는 중국 주나라때 환갑·고희·미수·백수 등을 축하하는 풍습에서 유래를 찾는다. 받는 사람의 지위가 높을수록 연하장 겉모습이 화려해 길이가 6m나 되는 것도 있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조선시대 새해가 되면 임금이나 웃어른에게 문안하던 명함세배와 문안단자(윗사람에게 문안을 드릴 때 올리는 문서)를 드렸다. 윗사람집에 직접 가지 못할 땐 아랫사람을 시켜 문안서찰을 보냈다. 구한말 이후 우편제도가 생기면서부터는 하인을 직접 보내는 대신 연하전보나 연하우편을 활용하기 시작했다.
카드를 열어 인사말을 읽어보니 코로나로 힘겨웠던 지난 한해를 위로하는 글이 많다.
“2020년은 코로나19로 불확실성과 상실감이 가득했던 해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유난히도 평범한 일상이 그리운 한 해였습니다.”
“2020년 많이 불편하고 힘드셨죠? 세상 그 어떤 시간보다도 지금 이 순간이 소중합니다.”
도종환 시인의 시 ‘그렇게 함께 있는 우리를 보고 싶다’를 인용해 코로나를 극복하자는 염원을 전하는 연하장도 있다. “얼어붙은 내 볼을 그대의 볼로 감싸며/겨울을 이겨내는/그렇게 함께 있는 우리를 보고 싶다.”
그리고 보내는 기관 혹은 사람의 개성이 담겨 있어 흥미롭다.
“有志竟成-뜻이 있어 마침내 이루다. 새롭게 밝아오는 2021년을 맞이하여 늘 건강하시길, 늘 행복하시길 온 맘 다해 진심으로 기원합니다.”(기업인)
“돌이켜보면 큰 위기는 언제나 큰 변화가 시작되는 출발점이 되었습니다. 우리 모두가 힘들수록 상생하는 마음으로 지역경제가 재도약할 수 있도록 함께 힘을 모아주시길 당부드립니다. 2021년 신축년에는 하시는 일 더욱 잘 되시길 기원하며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광주상의)
광주상의는 매년 연초에 지역내 기관장들을 초청해 새해 덕담을 나누고 지역발전의 의지를 다지는 신년하례식을 개최했으나 올해는 코로나로 인해 생략키로 했다고 한다. 코로나 3차 유행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대규모 집합행사를 열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 철저히 방역수칙을 준수해 확진자수가 줄어드는 한편 하루 빨리 백신접종이 시작돼 집단면역력이 생겨서 코로나가 퇴치되기를 손꼽아 기다릴 뿐이다.

 

‘고품격 정론지’ 새 지평 열터

 

필자도 연하장을 대신해 지면을 빌어 인사를 올린다. “독자 여러분, 신축년 소띠의 해를 맞아 호시우행(虎視牛行)의 자세로 코로나 위기를 극복하고 소원성취 하시기 바랍니다.”
본사는 올해 창사 30주년을 맞았다. 1991년 21세기로의 전환점에서 닻을 올린 광주매일신문은 세계화·정보화·지방화의 용틀임 속에서 한발 앞서가는 뉴스를 전달하고자 청춘의 시간을 불사르며 힘차게 달려왔다. 지난 30년간 차가운 머리와 뜨거운 가슴으로 광주·전남 격동의 현장을 누비며 취재한 진실들을 지면에 아로새겨왔다.
또한 지역경제 발전과 문화창달을 위해 각계각층 전문가들과 공론의 장을 펼쳐왔다. 광주매일신문은 강산이 세 번 바뀌는 세월 속에 이제 어엿한 장년의 모습으로 환골탈태하였다. 30년의 연륜을 품고 한층 업그레이드한 디지털 고품격 신문으로, 지역민과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큰 언론으로 우뚝 서고자 한다. 이에 본사는 4일 가진 시무식에서 『뉴스의 중심, 광주매일신문 ‘정론 30년, 품격 100년’』을 창사 30주년 슬로건으로 선포했다. 언론의 기본정신인 정론을 넘어 더 높은 가치를 추구하겠다는 뜻을 담고 있다. 또한 창사 30주년 엠블럼도 창안하였다. 광주매일신문의 상징인 ‘날개’와 ‘뫼비우스의 띠’를 모티브로 30년의 역사와 미래 가치를 표현하였다. ‘날개’는 4차 산업혁명시대 혁신적인 미디어로의 비상을 뜻하며, ‘뫼비우스의 띠’는 안과 밖의 경계가 없이 진실을 파헤치겠다는 각오를 다진 것이다.
광주매일신문이 성장하기까지는 독자와 지역민의 사랑이 든든한 밑거름이 되었다. 새해를 맞아 광주매일신문 애독자와 광주·전남 시·도민의 건강과 축복이 함께 하시기를 두 손 모아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