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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봄 기차(수필)

봄 기차


코로나19 영향으로 계절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는 것인지 봄이 더디 오는 것만 같다. 겨우내 회색빛으로 물든 도시 아파트에 갇혀 있다보니 코로나블루가 더욱 심해지는 듯 싶다. 
어떻게 하면 봄을 먼저 느껴볼 수 있을까 궁리하던 끝에 기차를 타고 봄이 오는 길목인 남쪽으로 마실을 떠나기로 했다. 
지난 주 일요일(3월14일) 오전 10시 경전선 열차를 타러 광주 효천역에 도착했다. 대합실에는 이미 대여섯명의 승객들이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얼핏 보니 대부분 60대가 넘는 중년들로서 부부동반 모임이었다. 아마도 학창시절 열차를 타고 통학하던 옛 추억을 떠올리며 봄의 낭만을 느껴보기 위해 나선 것 같았다.
열차 도착 시간에 맞춰 플랫폼에 나가니 얼마지나지 않아 경전선 열차가 3칸의 객차를 달고 모습을 드러냈다. 나는 1호차 지정석에 자리를 잡았다. 행선지는 태백산맥문학관과 보성여관, 꼬막정식으로 유명한 벌교로 정했다. 
열차가 출발하자 금세 아파트 숲이 사라지고 들판이 펼쳐졌다.  

봄 기차

봄 기차는 굴렁쇠 바퀴 굴리며 온다
뙈~왜 기적소리와 함께
보슬비 뿌리고간 자리에 파릇파릇 돋아난 어린 이파리들
지난 겨울이 웅크리고 있던 들판을 한 뼘 밀어 올린다
그녀를 태운 기차가 간이역을 스쳐간다
보드라운 손으로 보리순 캐던 순이 얼굴이
흐린 차창에 맺힌다 
철길 가에 좌판을 펼치는 봄꽃들
간수를 대신해 풀잎같은 깃발을 흔들며 
멀어지는 건널목의 풍경을 환송한다
철교 아래 느릿느릿 흐르는 드들강 강물 
수줍은 듯 입술에 엷은 미소를 띤 채
쇠바퀴 소리에 귀 기울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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