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수필

만연산에 올라 인생교훈을 얻다

만연산에 올라 인생교훈을 얻다
잘 알지 못하고 선택한 길은 힘든 고생길이 된다

 

 

만연산 전망대에서 바라본 수만리


퇴직 후 지친 몸과 마음을 추스르는 데는 등산만큼 좋은 게 없다.
가파른 산길을 오를 때 다소 힘들기도 하지만 그래야 운동효과도 있고 인내심도 길러진다.
어제는 화순 만연산(해발 668m)을 찾았다. 
수만리 큰재 주차장에 차를 세워놓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계곡 아래에 정자를 중심으로 데크길을 만들어 놓은 공원이 있었다. 잠시 이곳에 들러 구석구석을 살펴보았다. 여러 가지 수종과 화초를 심어놓은 거 같은데 여름이라 온통 초록색 천지였다. 작은 연못에는 갈대가 무성하게 자라고 있었다.
다시 주차장을 거슬러 등산로로 접어들었다. 오늘 등산코스는 등산로 입구 정자에서 출발해서 전망대를 거쳐 만연산 정상에 이르는 길이다. 대략 왕복 6㎞ 거리로 비교적 짧은 구간이다.  
그러나 초행길이라 얼마나 가파른지는 알 수 없다. 아니나 다를까 산길을 오르자마자 급경사가 나타났다. 온통 계단으로 이어졌다. 조금 가면 비탈길이 나오겠지 생각했으나 기대는 빗나갔다. 하염없이 계단길이 이어져 전망대까지 계속됐다. 약 30분 가량을 경사진 계단을 오르고 나니 심장이 터질 듯 고통스러웠다. 

 

만연산 정상에서 바라본 화순읍 시가지 전경


가쁜 쉼을 몰아쉬다가 어느 정도 진정이 되자 전망대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얼마가지 않아 전망대가 나타났다. 사방이 훤히 내려다보였다. 수만리에서 화순 이서로 가는길, 화순전남대병원, 화순읍시가지, 무등산 장불재를 차례로 둘러보았다. 맑은 날씨인지라 사진을 보듯 선명한 풍경이 아름다웠다.  
이어 만연산 정상을 향해 다시 등산을 시작했다. 능선을 타고가는 길은 돌과 나무뿌리가 드러나 있어 턱턱 걸리곤 했다. 10여 분을 가다가 여러 개의 가지가 휘어진 특이한 모양의 소나무가 보였다. 제법 그늘이 넓고 앞이 수만리 방향으로 훤히 트여 쉼터로서는 안성마춤이었다. 
소나무밑에 자리를 잡고 가져온 도시락을 꺼내 점심식사를 하였다. 소박한 주먹밥이었지만 산중에서 먹는 음식은 꿀맛이다.
한참 휴식을 취한 후 만연산 정상을 향해 가벼운 발걸음을 재촉한다. 간혹 철제사다리를 타고 오르는 길목이 있지만 대체로 평탄한 숲길이다. 그렇게 1시간을 걸으니 정상에 도착했다. 이곳 역시 전망대에서 바라본 사방의 풍경을 다시 한번 만날 수 있다. 이제는 무등산이 한층 가까이 다가와 있다. 

 

만연산 정상 표지석


여기서 잠시 사진 몇 장을 찍고 하산을 시작했다. 언제나 그렇듯 내려가는 발길은 가볍고 흐뭇하다. 빠르게 전망대 부근에 도착했다. 그런데 이정표에 오감길로 가는 방향 표시가 있었다. 처음 올라올 때 너무 힘들게 올라온 탓에 내려가는 길은 좀더 완만한 길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던 터라 오감길로 내려가기로 했다. 
완만할 줄 알았던 산길은 상당한 내리막이었다. 한창을 내려가도 속도를 늦추기 어려울 정도로 경사가 이어졌다. 그렇게 1시간 30분 이상을 내려간 끝에 오감길 쉼터에 도달했다. 데크길을 따라 수만리 폭포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한참을 가다보니 막다른 지점이 나오고 곧장 수만리로 가는 도로와 연결되었다. 오동나무집 부근이었다. 
길을 잘못 든 것이다. 중간에 큰재로 향하는 등산로가 있었는데 오르막 길이라 피했던 것이 결국 먼길을 돌아가게 되었다. 그러나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도로 인도를 따라 무작정 걸어야 했다. 얼마나 걸었을까... 그제서야 저만치 주차장이 보였다. 전망대에서 오던 길로 계단을 따라 내려왔으면 힘들지 않고 내려왔을 것을 한참을 외돌아서 걸어온 셈이다.
제대로 알지 못하고 짐작으로 등산로를 선택한 것이 잘못된 결과를 낳은 것이다. 인생길에서도 이런 상황이 있기 마련이다. 이날 산행을 통해서 진로와 방향을 정할 때는 충분히 사전탐색을 거쳐서 결정해야 한다는 값진 교훈을 얻었다.   

'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을 어등산  (0) 2021.08.29
나무들도 치열한 생존경쟁을 벌인다  (0) 2021.08.22
이미 산속은 가을, 밤송이가 떨어진다  (0) 2021.08.07
강천산 등산  (0) 2021.05.24
해남 두륜산 기행  (0) 2021.05.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