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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나무들도 치열한 생존경쟁을 벌인다

나무들은 서 있는게 아니라 버티고 있는 것이다 

어등산 산비탈에 뿌리가 뽑힌 채 누워 있는 나무들


요즘 틈이 나면 산에 자주 오르려고 한다.
처음엔 가파른 산길을 오르는 게 고통스러웠지만 최근 한 달 새 여러 번 등산을 하다보니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오르막에 대한 울렁증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 산을 오를 때마다 조금씩 다리에 힘이 붙는 거 같아 기분이 좋아진다.
그래서 그간 갈등하면서 걸었던 등산길이 이제는 좀 폼이 잡힌거 같다. 나의 리듬대로 걸으며 주변을 살펴보는 여유가 생겼다.
요즘 우리나라 산들은 대체로 빽빽한 숲으로 이루어져 있다. 등산로가 아니면 숲속으로 들어가기가 쉽지 않다. 우리나라가 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에 이어 두 번째로 산림녹화에 성공한 나라라는 말이 있는데 수긍이 간다.
오늘 어등산 등산을 하면서 숲속의 나무들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소나무, 밤나무, 떡깔나무들이 저마다 가지를 늘어뜨리고 서있다. 그러나 군데군데 쓰러진 나무들도 많았다. 죽어서 엎드려 있거나 옆으로 기울어져서 간신히 다른 나무에 의지해 버티고 있는 나무도 적지않다.

우리는 흔히 “나무가 서 있다”고 말한다. 그런데 과연 나무들이 직립보행하는 인간들 마냥 서 있을까?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왜냐하면 나무는 땅에 뿌리를 내리고 있어 흙을 붙들고 버티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폭우로 흙이 쓸려 내려가면 나무는 맥없이 쓰러지고 만다. 
산속 쓰러진 나무 가운데 상당수가 지반이 약해져 강한 바람에 의해 넘어진 경우이다. 
나무는 서 있는게 아니라 힘들게 버티고 있는 것이다. 더러 키 큰 나무는 제몸의 중력을 이기지 못하고 옆으로 기울어진 경우도 적지 않다. “나무가 서 있다”고 말하는 것은 나무를 사람에 비유해서 하는 말이지 정확한 표현은 아니다. 
결론적으로 말해 나무는 뿌리의 힘으로 버티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나무는 서로 서로 경쟁하기도 하고 의지하기도 한다. 평화롭게 보이는 숲속에서 나무들도 치열한 생존경쟁을 벌인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죽은 나무 앞에 돋아난 버섯이 마치 하얀국화처럼 나무의 혼령을 위로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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