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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언론 현장을 가다

공공저널리즘의 위력

‘공공의 적’ 감시하는 탐사전문 매체 영향력 막강
‘언론제국’미국을 가다 <2>공공저널리즘의 위력

‘프로퍼블리카’·‘캘리포니아 왓치’ 새로운 모델 눈길
기부금에 의존…광고주·권력 눈치 안보는 독립언론


입력날짜 : 2013. 05.28. 00:00

프로퍼블리카는 2008년 1월 뉴욕 맨하탄 지역을 기반으로 창간된 비영리 탐사전문 온라인 언론사이다. 사진은 프로퍼블리카 뉴스룸 전경.
디지털 혁신에 의한 미국 언론의 새로운 흐름 가운데 하나가 바로 공공저널리즘의 출현이다. 물론 전통적으로 저널리즘은 사회 환경을 감시하고 공공의 이익에 봉사하는 공공성을 추구해오고 있지만, 동시에 기업으로서의 상업성을 견지해오고 있는 게 사실이다.

최근 미국에서 새로운 언론유형으로 등장한 공공저널리즘은 상업성을 배제하고 순수하게 공익성을 실현하는 모델이다. 이는 수입에 있어서 광고나 정부지원금을 받지 않고 기금이나 기부금으로 운영함으로써 언론의 이해관계자인 광고주나 권력의 압력에 굴하지 않고 언론 사명에 충실한 경우이다.

이같은 공공저널리즘의 대표적인 사례가 뉴욕에 자리한 ‘프로퍼블리카’(http://www.propublica.org)와 샌프란시스코의 ‘캘리포니아 왓치’(http://www.californiawatch.org)이다.

프로퍼블리카는 2008년 1월 뉴욕 맨하탄 지역을 기반으로 창간된 비영리 탐사전문 온라인 언론사이다. 캘리포니아의 한 독지가가 출연한 1천만 달러(한화 약 110억원)의 기부금이 밑천이 되었다. 이 독지가는 월스트리트 편집국장을 역임한 명망있는 언론인 폴 스타이거에게 ‘제대로 된 언론을 만들어달라’며 거금을 쾌척한 것이다.

프로퍼블리카 창립 당시 25명의 기자와 5명의 행정직원을 채용하면서 자본과 권력으로부터 독립적인 새 매체를 창간하겠다는 공고가 나가자 1,000명이 넘는 전현직 언론인들이 몰렸다고 한다.

이 매체는 이미 2005년 허리케인으로 인한 카트리나 지역의 재난 당시 지역의료진이 일부 환자들을 안락사시킨 사실을 2년이 넘는 장기간의 탐사취재로 밝혀냈다. 금융위기 당시 미국 금융계의 문제를 심층 보도함으로써 퓰리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프로퍼블리카의 퓰리처상 수상은 순수하게 온라인에 게재된 뉴스만으로는 최초이다. 수상기사는 미국 금융당국의 실상을 파헤친 월스트리트 머니 머신(The Wallstreet money machine)으로, 이 기획물의 취재를 위해 접촉한 취재원만 100여명이 넘었다고 한다. 프로퍼블리카는 미국 금융당국의 불법적 행태를 파헤치기 위해 수천 장의 문서, 금융사들의 증권거래기록들에 접근하여 이를 확인했다. 이 기사를 통해 제이피 모건 체이스(J.P. Morgan Chase & Co.)는 미 연방증권거래위원회로부터 벌금을 부과 받게 됐다.

이들은 끈질긴 탐사보도의 성과로 주류 언론사들조차 쉽지 않은 퓰리처상 수상을 2년 연속으로 받았다. 이러한 활약은 프로퍼블리카의 대중적 인지도를 높이고, 공공의 신뢰를 획득하게 했다. 주류 언론들 또한 프로퍼블리카의 탐사보도 내용을 인용하고 소개하는 횟수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도 전해진다. 프로퍼블리카의 이러한 성과는 이 언론사의 인적 자원의 힘에도 기인한다. 편집장인 스타이거는 물론 다수의 취재진들이 기존 언론사에서 경력을 쌓은 전문적 저널리스트이거나 특정 분야에 대한 전문적 지식을 갖고 있다.

프로퍼블리카는 외부의 후원, 시민들의 기부금으로 재정을 충당하며, 광고나 정부지원금은 받지 않고 있다. 프로퍼블리카의 홈페이지 첫 화면 상단에는 그들의 모토인 ‘공익 안의 저널리즘(Journalism in pubic interest)’이 나와 있다.

캘리포니아 왓치는 지난해 특종 보도한 ‘부러진 방패’로 최근 권위있는 탐사보도상을 2개나 수상하며 영향력을 과시했다. ‘부러진 방패’는 캘리포니아 주 경찰이 시설에 수용된 지적장애인의 인권유린 사건을 제대로 조사하지 않는가 하면, 허위로 근무시간을 부풀려 과다한 초과근무수당을 타내 재정을 축낸 사실을 밝혀내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작년 2월부터 11월까지 5차례에 걸쳐 연재된 이 탐사보도는 돌보미들이 장애인을 성폭행하거나 전자총으로 쏘아 화상을 입히는 등 만행을 저지르고, 환자가 의문사한 사건에 대해 제대로 조사하지 않고 직무를 태만히 해 ‘방패’로서 임무를 져버린 행위를 파헤친 기사이다.

이 매체는 이 사건을 보도하면서 텍스트 기사로만 올린 게 아니라 하나의 스토리로 엮어 비디오로 독자들에게 선보임으로써 혁신적인 보도라는 평가를 받았다.

캘리포니아 왓치는 앞에서 소개한 프로퍼블카와 같은 탐사전문매체이지만 탄생 배경은 사뭇 다르다. 프로퍼블리카가 비교적 넉넉한 기금을 바탕으로 출범한 매체인 반면 캘리포니아 왓치는 영세한 재정으로 출발했다.

그래서 처음부터 ‘비즈니스모델’을 선택했다. 좋은 컨텐츠로 독자들의 신뢰를 얻어 뜻있는 독지가들로부터 기부금을 끌어모으는 전략이었다. 여기에는 현재 이 매체의 총책임자인 로버트 J. 로젠탈 탐사보도센터(Center for Investigative Reporting; CIP) 소장의 아이디어가 모태가 되었다. 로젠달 소장은 뉴욕타임스에서 사환으로 시작해 40년간 기자로 근무했으며, 필라델피아 인콰이어리와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편집국장을 역임한 배테랑.

오랜 언론 경험을 가진 그는 디지털 기술을 어떻게 저널리즘과 접목시키느냐를 줄곧 고민해왔다.

그가 CIP 소장으로 처음 부임했을 때 기자는 고작 7명이었다. 좋은 기사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자 많은 기부금이 몰렸다. 록펠러재단, 카네기재단 등으로부터 지원받고 있다. 이러한 재정지원에 힘입어 1년뒤 18명으로 늘었고 현재는 75명의 기자가 활동하고 있으며 예산도 1천100만달러에 달한다.

로젠탈 소장은 인터뷰에서 “좋은 탐사보도는 시간, 돈, 유능한 인력이 뒷받침돼야 가능하다. 뉴스가 중요한 게 아니라 독자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핵심이다. 결국 플랫폼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정부가 정보를 통제해서는 안되지만 통제욕망을 버리지 못한다”며 “따라서 모든 언론은 감시견(watch dog) 역할을 충실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탐사보도센터는 캘리포니아 왓치를 비롯 베이 시티즌(Bay Citizen), 아이파일(IFile) 등 3개 온라인매체를 운영하고 있다.

/뉴욕·샌프란시스코=박준수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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