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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여수 한려동 탐방

<여수 한려동 탐방>


충무공의 정신이 어린 미항 여수의 중심
고풍스러우면서도 인정이 많은 포근한 동네

 


한려수도의 미항, 여수의 숨결을 고스란히 품고 있는 한려동을 둘러보았다. 한려동은 행정동 이름이며, 관내에 법정동인 수정동과 공화동이 자리하고 있다. 이곳은 여수항의 배후지역으로서 오래 전부터 내륙과 바다를 연결하는 관문역할을 했다. 지리적 요충지역으로서 조선시대 전라좌수영이 설치되어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이 머물면서 왜적을 물리친 곳이다.
일제강점기에는 일본과 가까워 수탈의 창구로 활용되는 아픈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일제는 여수항과 여수역을 개설하여 철로와 배를 통해 쌀과 면화를 실어갔으며 어민들이 피땀 흘려 기른 수산물을 가져갔다. 또한 태평양전쟁 당시 요새로 쓰인 전적지와 여수세관, 동산동성당, 자산공원 등 근대화 시기에 조성된 시설물이 산재해 있다.
현대에 이르러 돌산, 오동도의 개발과 더불어 2012 세계여수엑스포가 화려하게 펼쳐졌고 해상케이블카가 개통돼 관광명소로 인기를 얻고 있다.
여수엑스포 박람회장으로부터 여수고등학교 주변 일대를 싸묵싸묵 거닐며 구석마다에 숨어있는 묵은 세월의 흔적들을 살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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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람회장은 폐막 이후 10년이 흐른 지금 뚜렷한 활용방안을 찾지 못한 채 부분적으로 이용되는 수준이었다. 예식장, 연회장, 커피숍, 매점 등 상가와 아파트 분양전시관으로 상업적 용도가 고작이었다. 엄청난 시설규모에 비해 이용률은 미미한 형편이다.
박람회장을 나와 발걸음을 여수고등학교 쪽으로 향했다. 오르막 길따라 학교 담장이 길게 이어지는데 가로수 이파리들이 비바람에 수북히 떨어져 가을의 느낌을 자아낸다. 여느 오래된 고샅처럼 골목길이 미로처럼 굽이친다. 골목마다에는 정감어린 풍경이 고즈넉하게 숨쉬고 있다. 슬라브집들과 정원수 나무들, 텃밭이 아기자기하게 어울려있다. 간혹 골목 담벼락에는 동심이 가득한 벽화가 알록달록 그려져 있다. 
길목길 입구 시멘트 계단은 왠지 모르게 유년시절을 떠올린다. 초등학교 때 계단에 모여앉아 딱지따먹기와 같은 놀이를 즐기며 시간을 보냈던 추억이 아련하다. 
주택가 집들 가운데는 지붕모양이나 디자인이 이국적인 집들이 눈에 띈다. 더러 대저택의 부자집도 숨어 있다. 텃밭에는 채소와 화초만 자라고 있는 게 아니다. 이순신장군의 애국심을 계승하고자 하는 따뜻한 마음도 한 귀퉁이를 차지하고 있다.
여수 한려동은 세월만 오래된 묵은 동네가 아니다. 뼈대 있는 가문처럼 골목마다 선비정신과 전통이 풍겨나오는 고풍스러우면서도 인정이 많은 포근한 동네이다. 현재 도시재생사업이 진행되고 있어 머잖아 더욱 살기좋고 활기찬 동네로 거듭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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