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살아온 날의 풍경

초등학교시절 이야기(5) -광주비행장에 갔던 일

(5) 광주비행장에 갔던 일

 

6학년 2학기 겨울방학 때였다.

동네 아이들이 모여 놀던 중 누군가 비행기를 보러 송정리 비행장에 가자고 제안했다. 함께 있던 아이들은 일제히 좋아, 비행기 보러 가자며 하나같이 들뜬 마음이 되었다. 그렇게 대여섯명이 뭉쳐 무작정 송정리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우리는 동네를 출발해 양동초등학교 앞을 지나 돌고개를 넘어 머나먼 행군을 시작했다.

당시는 시내에만 차들이 붐볐고 시내를 벗어나면 시골길처럼 차들이 별로 다니지 않아 한산했다. 또한 시내를 벗어나면 인도와 차도의 구분이 없고 도로 역시 아스팔트 포장길이 아닌 자갈길이어서 우리는 도로 위를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면서 걸었다. 간간히 차들이 오갔지만 도로를 걷는데 어려움은 없었다. 그리고 수다를 떨면서 가니까 그렇게 지루하지 않았다. 가다가 어떤 아이는 10원짜리 동전을 줍는가 하면 어떤 아이는 못이나 쇠붙이, 구리선을 줍기도 했다.

그렇게 한참을 걸어도 좀처럼 비행장은 나오지 않았다. 몇 시간을 걸은 후에야 비행기들이 뜨고 내리는 모습이 보였다. 우리는 비행기를 가까이 보기 위해 비행장 철조망으로 다가갔다. 그런데 비행기가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작아 실망스러웠다. 우리가 보고싶은 비행기는 커다란 여객기였으나 시야에 보이는 비행기는 전투기뿐이었던 것이다. 비행기가 활주로에 착륙할 때 꽁무니에 낙하산을 펼치는 것이 신기했다. 우리는 한동안 논 한가운데서 종이비행기같은 비행기를 지켜보다가 아쉬운 마음을 안고 다시 집으로 발길을 돌려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