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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광주문협 회장선거와 문학상

-칼럼-

광주문협 회장선거와 문학상

 

박준수 시인경영학박사

 

임인년 새해 광주문인협회가 특정인의 문학상 제정 문제로 설왕설래하고 있다. 현 광주문협 부회장인 박 모씨가 사재 1천만원 가량을 들여 자신의 이름을 건 개인 문학상을 제정한다는 소식이 광주문협 회보(2021.12.17일자)를 통해 공표되자 엇갈린 반응이 나오고 있다.

회원들 사이에서는 환영한다는 목소리도 있지만, 일각에서는 차기 회장 선거를 염두에 둔 사전 포석이 아니냐는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차기 회장 선거는 올해 12월 하순 예정돼 있는 가운데 3~4명이 자천타천으로 거론되고 있다.

박 부회장은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출마의사를 표명하지는 않았지만 집행부 내에서는 그의 출마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박 부회장은 팔순이 넘은 원로시인으로 기업을 운영하며 상당한 재산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다른 출마 입지자들은 벌써부터 박 부회장의 문학상 제정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경계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문학상 제정 문제로 설왕설래

 

차기 회장 출마가 예상되는 김 모 시인은 문학상 공고를 보고 주변 문인들에게 문자를 보내 박 부회장의 문학상 제정의 저의를 정면 겨냥하기도 했다. 그는 문자에서 지난 문협의 회보를 보고 많은 회원들이 집행부 회의나 이사회에서 거론조차 안된 ○○ 문학상공고를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새해 광주문협 선거를 앞두고 현혹되지 않으시기 바란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와 관련 현 집행부는 “‘○○ 문학상제정 건은 지난해 1027일 이사회에서 공식안건으로 처리됐다고 밝히고 코로나19로 인해 기업들의 메세나운동이 시들해진 상황에서 개인 독지가의 문학상 제정은 문협 활성화 차원에서 바람직한 일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어 이외에도 2명의 독지자가 문학상 제정 뜻을 가지고 논의중이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논란을 의식해서인지 박 부회장은 문협 회원들에게 해명성 안내문을 보내 자신의 문학상 제정 취지를 직접 밝혔다. 그는 안내문에서 광주는 예향임에도 불구하고 예술의 장자라 할 수 있는 문학의 기반이 타 도시에 비해 매우 열악하다면서 광주에는 몇몇 문학상이 있지만 단체에 기여한 공로에 따라 수여하는 문학상이 대부분이어서 실제 역량 있는 작가들이 배제되는 것을 평소에 늘 아쉽게 생각했다고 피력했다. 그리고 저의 순수한 저의가 자칫 잘못되고 오해를 불러 일으킬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나를 키워준 삶의 고향 광주와 광주문협을 위해 권위 있고 전통있는 문학상을 제정하고 싶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박 부회장의 주장대로 문학인으로서 문학상 제정을 통해 남은 생을 보람있게 바치고자 하는 것은 분명 가치있고 칭찬받을 일로 생각된다. 그러나 만에 하나 일부의 의혹처럼 이를 연말 문협회장 선거에 공적으로 내세우거나 문인들의 호감을 사 지지를 얻기 위한 목적에서 제정한 것이라면 문학상의 의미는 퇴색되고 상을 받은 수상자에게도 누가 될 소지가 다분하다.

현재 광주에는 광주시 예산지원으로 여러 개의 문학상이 제정돼 있으나 심사와 선정과정이 문학단체의 주도로 이뤄지고 있어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광주시도 이를 잘 알고 개선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으나 문학단체의 반발을 우려해 섣불리 손을 대지 못하고 있다.

 

권위와 전통있는 문학상 기대

 

따라서 광주에 진정 권위 있고 전통 있는 문학상이 제정된다면 그 상에 대한 도전과 경쟁으로 광주의 문학수준이 한층 높아질 것이다. 그리고 그 판은 순수한 문학적 열정을 가진 독지가의 재원으로 만들어지는 게 바람직하다. 그러나 아쉽게도 광주에는 아직까지 문학을 대상으로 후원하는 독지가의 손길이나 메세나운동을 찾아보기 쉽지않다.

이런 차에 박 부회장의 개인 문학상 제정 소식은 신선하고 의미있는 시도로 다가온다. 다만 그 배경에 다른 사적인 복선이 깔려 있지 않기를 바란다.

우리 문학사에서 가장 아름다운 문학기부는 백석시인을 기리고자 법정스님에게 1천억 원에 달하는 대원각 부지를 기증해 길상사를 세운 자야 김영한 여사(1916~1999)이다. 그녀는 평생 일군 막대한 재산을 바치면서도 백석의 시 한줄의 가치만도 못하다고 문학의 가치를 높게 평가했다. 이번 개인 문학상 제정의 논란을 보면서 새삼 되새겨보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