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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물새떼 노니는 영산강의 봄

물새떼 노니는 영산강의 봄

"모래톱과 억새풀 군락이 작은 섬을 이루며 운치를 더한다

풍영정천 주변은 아파트 숲이어서 산책로에는 언제나 걷는 사람들로 붐빈다 .

 

요즘 쉬는 날이면 집에서 가까운 영산강 상류인 풍영정천 강변을 자주 산책한다.

지난해 5월 광산구 우산동으로 이사온 이후 한동안 어등산을 등산하였으나

최근 인근에 새 아파트가 완공되면서 연결도로가 생겨 한결 가까워졌다.

그러나 여전히 일부 구간은 차도만 있을 뿐 인도가 없어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게다가 철길이 나란히 지나가고 있어 비좁은 틈새를 가까스로 지나야 강변에 닿을 수 있다.

강변에 이르면 확 트인 공간이 마음을 활짝 열어주는 듯하다.

흐르는 물길 사이로 양편에 둑길을 따라 산책로가 길게 이어져 있다.

주변이 아파트 숲이어서 산책로는 언제나 걷는 사람들로 붐빈다. 더러는 자전거 라이더들이 두바퀴를 힘차게 굴리며 지나간다.

 

 

"풍영정천으로 이어지는 도로에 인도가 없어 위험천만"

 

풍영정천으로 이어지는 도로에 인도가 개설돼 있지않아 시민들이 좁은 틈새를 비집고 다녀야 한다. 

2월 중순에 우수도 지났지만 아직 봄은 저만치에 있다.

겨울이 쉽사리 자리를 내주지 않기 때문이다.

다리 교차로 한켠에 대통령 후보 유세차량이 로고송을 크게 틀어놓고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아무도 눈길을 주는 이 없지만 확성기만 제 홀로 지치지도 않고 목청을 높이고 있다.

따스한 햇살을 쬐니 문뜩 한자성어가 떠올랐다.

춘당춘색이고금동(春塘春色而古今同

춘당대의 봄빛이 예나 지금이나 다름없다는 뜻으로 임금의 선정이 백성들을 따뜻하게 보살피고 있다는 은유적 표현이다.

이 문장은 춘향전에 나오는 구절로 이몽룡이 과거시험을 보는데 임금이 홍포에 써서 내린 시제(試題)이다.

굳이 대통령 선거와 연결 짓자면 국민들의 삶을 편안하고 따뜻하게 만들어줄 능력있는 후보를 잘 뽑아야겠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해보게 되었다.

상류쪽을 향해 한참을 걸어가니 물길이 좁아지면서 한가롭게 노니는 물새떼들이 점점이 떠 있는 모습이 이채롭다. 군청색 빛깔의 원앙과 잿빛 천둥오리가 무리를 지어 소풍나온 것 마냥 유영하고 있다.

또한 저만치에는 목이 기다란 흰 두루미가 혼자서 먼 데를 바라보고 있다가 가끔씩 물고기를 잡느라 물속을 걸어다닌다.

물가 주변에는 모래톱과 억새풀 군락이 작은 섬을 이루며 운치를 더한다. 생명이 머문 자리는 늘 정겹게 느껴진다.

다시 느린 발걸음에 속도를 높인다. 다리 밑이나 비탈진 곳에는 소금을 뿌려놓은 듯 아직 잔설이 남아 있다. 겨울과 봄이 반반씩 어깨를 맞대고 있는 것이다.

그래도 봄은 흐르는 강물처럼 달려오고 있다. 영산강의 봄이 새색시처럼 환한 미소를 지으며 저만치 사뿐사뿐 걸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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