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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서울 상경기

서울 상경기

 

지난 5월 첫주 연휴를 맞아 모처럼 서울 마포에 사는 자녀들과 함께 34일 시간을 보냈다.

비록 짧은 일정이었지만 그간 달라진 서울의 모습을 새롭게 발견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제 성인으로서 사회인이 되어 각자의 길을 가고 있는 자녀들과의 관계변화를 감지하게 되었다. 그로 인해 세상 변화에 대한 인식과 가족관계에서 예전과 다른 위상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서울에서 지낸 34일간 일정은 나에게 많은 생각들을 일깨워주었다.

아이들의 배웅을 뒤로 하고 KTX를 타고 오는 내내 복잡한 생각들이 마음을 스쳐 지나갔다.

서울에서 느낀 첫번째 인상은 수도권 인구집중과 지방소멸의 가속화 현상을 뚜렷히 확인할 수 있었다. 통계적으로 우리나라 인구의 51%가 수도권에 거주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막상 서울에 와보니 지방과는 너무나 대조적이었다.

코로나 방역지침 완화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서울 어디를 가든 곳곳마다 넘치는 인파에 새삼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특히 합정동 망원시장에 들렀을 때는 한곳에 머물러 있기 어려울 정도로 떠밀리다시피 이동해야 했다.

지금 지방은 서울과는 대조적으로 거리에서 사람을 만나기가 쉽지않다. 그나마 대부분 나이 드신 분들이고 젊은이나 아이들은 더욱 보기 어렵다. 참여정부 이래 줄곧 지역균형발전에 대한 필요성이 강조되고, 지역분산 정책들이 추진되고 있지만 수도권 집중현상은 더욱 심화되고 있어 안타까운 마음이다.

두 번째는 한강의 매력에 흠뻑 빠져든 경험이다. 아이들 사는 집이 한강과 가까운 곳에 있어 사흘 동안 한강을 찾았다. 첫날은 산책을 하면서 느리게 한강을 바라보았고, 둘째날과 셋째날은 자전거를 타고 강변 투어를 즐겼다. 수많은 사람들이 한강에 나와 여가를 즐기는 모습이 평화로워 보였다. 특히 젊은이들에게 생동감 넘치는 한강의 매력은 더욱 클 것으로 생각되었다.

세 번째는 신구 정권교체의 팽팽한 분위기를 확인하였다. 경복궁 부근 서촌일대를 둘러보는 동안 청와대 앞 주변은 경찰들의 분주한 모습이 눈에 띄였고 일부 기관들에서는 이사하느라 집기를 옮기고 있었다. 그리고 그로부터 멀지않은 곳에서 여러 단체들의 집회가 다양한 목소리를 내며 열리고 있었다. 노조들의 생존권 투쟁, 친박단체의 박근혜 대통령 복권투쟁, 장애인단체들의 권익투쟁, ‘검수완박반대투쟁 등 투쟁의 대오가 이어졌다.

네 번째는 덕수궁에서 구한말 아픈 역사를 되새겨 보았다. 한 나라 국왕이 지내기에는 너무나 협소한 덕수궁은 망국의 한을 품고 있는 곳이다. 고종은 퇴위후 말년을 이곳 덕수궁에서 지내다가 함녕전에서 서거하였는데 일제의 독살에 의해 사망했다는 추측이 무성했다. 역사의 현장인 함녕전을 들여다 보니 여느 부잣집 안채와 다를 바 없이 소박하고 단촐하다.

세상사에 대한 생각뿐 아니라 아이들에 대한 생각 역시 크게 변이된 느낌이다. 두 딸은 대학을 졸업하고 각자의 삶을 추구하고 있다. 아들은 지난 봄에 군대 전역후 휴학중인데 2학기 복학때까지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딸은 딸대로 아들은 아들대로 인생의 목표를 세우고 독자적인 삶을 살아가는 모습이 보인다. 예전 어린 시절과는 사뭇 다른 거리감을 느낀다. 나도 그 나이에 그랬을 것이다. 이제 아이들은 부모의 그늘을 벗어나 자신만의 삶의 지평을 만들어가고 싶은 것이다. 부모가 예전처럼 계속 따라다니며 챙겨주는게 부담스러운 나이가 된 것이다.

아울러 내 삶의 남은 시간도 그리 많지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인생의 지평선이 보인다는 나이에 접어들었다. 하루 하루 의미있고 소중하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다시금 해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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