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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노트

남파랑길을 걸으며

남파랑길을 걸으며

 

박준수

 

남도 땅 외진 바닷가 보성 득량에 왔더니

투박한 손길로 나그네를 반기는 바람결

태고의 시간을 살다간 공룡이 먼저 다녀간 길을 따라

남파랑길이 굽이굽이 이어진다

간척지에 자신의 탯자리를 내어준 바다는

고향으로 회귀하는 연어처럼

푸른 등을 내밀고 뭍을 향해

갯바위에 새긴 그리운 이름을 부른다

저만치 오봉산에 늦은 봉화를 피우는 안개

전설을 품은 마애석불이 중생을 깨우느라

나무들을 붉게 사른다

추수가 끝나 밑둥만 남은 허허로운 논배미

참새떼 떠도는 평화로운 하늘이

질박한 모국어로 가슴을 후린다

사람 그림자 보이지 않고

외줄기 경전선 기차가 들녘을 달리는 시각,

늦가을 속으로 빨려드는 득량만의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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