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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노트

프라이부르크에서 그녀를 만났을 때 (14)

프라이부르크에서 그녀를 만났을 때 (14)

 

우리는 오르세미술관을 나와 고풍스러운 쁘띠드빨레 미술관으로 이동했다. 이 미술관 건물은 과거 궁전이었으나 전시장으로 개조되어 활용되고 있다. 쁘띠드빨레는 프랑스어로 작은궁전이란 뜻이다. 건너편에는 큰 궁전인 그랑빨레 미술관이 마주하고 있다.

쁘띠드빨레는 이름처럼 아담하고 예쁜 미술관으로 관람객이 많지 않아 한산했다. 1층에는 잘 가꿔진 정원과 레스토랑이 자리하고 있어 오르세미술관과는 분위기가 사뭇 대조적이었다. 특히 이 미술관은 과거 궁전의 컨셉을 살려서 지하 전시관을 궁전 박물관처럼 꾸며놓았다. 왕족들이 사용하던 집기와 가구를 배치해 호화스러운 궁정생활을 엿볼 수 있었다.

우리는 관람을 마치고 1층 레스토랑에서 쉬면서 수프와 빵으로 간단히 점심을 때웠다.

그녀가 문득 세느강에 가서 유람선을 타면 어떨까요?”라고 제안했다.

아마도 10년 전 파리에서 처음 만났던 기억을 더듬고 있었던 것 같았다.

창밖으로 파리의 가을 하늘이 파란 색종이를 오려 붙인 것처럼 선명하게 다가와 있었다.

10년 전 우리는 지금보다도 훨씬 젊었고 꿈에 부풀었고 세상이 아름답게 보였다.

그런데 어느 새 10년이란 세월이 흘러서 나는 50대 중년이 되었고, 그녀 역시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다.

다시 세느강에서 바라보는 파리의 풍경은 어떤 인상을 안겨줄지 궁금했다.

우리는 세느강 쪽으로 향했다. 그리고 보트에 올랐다. 배 안에는 관광객들이 만원을 이루고 있었고 따가운 햇살이 얼굴에 내리 비쳤다. 배가 속도를 높이자 강 바람이 시원하게 온몸을 어루만져 주었다.

나는 카메라를 꺼내 선글래스를 낀 그녀의 모습을 렌즈에 담았다. 그녀가 긴 머리를 바람결을 따라 넘기며 환하게 미소지었다. 보트가 다리 밑을 통과할 때마다 다리 위 행인들이 손을 흔들며 환호해 주었다. 승선객들도 와~하는 함성과 함께 화답하자 마치 축제장에 온 듯 들뜨고 흥분되었다.

우리는 그렇게 유람선을 타고 흘러가다가 중간 선착장에서 하선하였다.

해는 여전히 중천에 머물고 있었고, 강가 플라타너스 가로수들이 춤추듯 이파리를 흔들었다. 우리는 인도를 따라 세익스피어 서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