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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노트

친구여, 이제 집 주소를 변경해야겠네

무제

 

친구여, 이제 집 주소를 변경해야겠네

현재의 주소로 누군가 편지를 부친다면

아마도 수취인 불명이 되어 반송될 것이네

 

지난 2년간 메마른 흙바람이 종일 불어와

나의 창가를 맴돌던, 스스로를 유폐했던,

망루를 내려갈려고 하네

 

높은 곳에서 지상의 일들을 회상하는 일은

뜬구름 잡는 것처럼 부질없지만

그리웠던 추억들을 지우고 싶지는 않네

 

이육사의 시 광야에서처럼

목놓아 노래하고 싶은 초인은 만나지 못했지만

새벽 닭울음 소리에 악몽을 떨치는 날이 많았고

덜컹거리는 기차 바퀴 소리에

마음 한 조각을 실어 보내기도 했네

 

성당 종소리 아득히 울려오는 주일 오후에

나의 과오를 고백하는 순종의 시간도

강물처럼 먼 바다로 흘러갔을 터이니

안개비 가득한 광야에 젖은 물푸레 나무처럼

푸른 기억 흩날리며 나의 죄를 사할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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