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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노트

뽕뽕다리

뽕뽕다리
 
-박준수 
 
뽕뽕다리에 바람이 분다
발산 언덕에 복숭아꽃 피고,
노오란 장다리꽃 춤을 춘다
순이야,
너는 오늘도 학교 대신
방직공장 가는 길이냐
교복 대신 하늘색 블라우스를 입고
유난히 하얀 얼굴로 무등산 햇살 바라보며
다리를 건너서, 청춘을 건너서
희고 보드라운 솜털같은 풋사랑을 가슴에 품고
왼 종일 윙윙거리는 방적기 앞에서
희망의 실을 잣느라 손길이 분주하구나
순이야,
광주천 물살처럼 아스라이 멀어진
너의 10대 시절은 어디로 흘러갔을까
새로 놓여진 뽕뽕다리에 돌아와
한 세월 돌아보면
강물에 비친 그리운 얼굴들 만날 수 있을까
물 위에 달빛처럼 그날의 환한 웃음 맞잡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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