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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2005~2010)

시내버스 타기 좋은 도시

시내버스 타기 좋은 도시


 

입력날짜 : 2007. 03.06. 00:00

박준수 부국장대우 지역사회부장

 광주시가 지난해 12월21일 평균 11.9% 요금인상과 함께 시내버스 준공영제 및 노선개편을 단행한 지 70여일이 지났다. 요금인상도 노선개편도 모두 시민들에게 양질의 대중교통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조치였다.
 그러나 준공영제 시행 3개월째 시민들의 시내버스에 대한 만족도는 이전과 크게 달라진 것 같지 않다. 버스기사의 불친절한 태도에서부터 들쭉날쭉한 배차간격, 과속난폭운전 등 종전에 쏟아져나온 불만의 목소리가 여전히 수그러들지 않으니 말이다.
 하루 36만여명이 이용하는 광주시내버스는 말그대로'서민의 발'이다. 시내버스의 주 이용자층은 나이 많은 어르신과 학생들 그리고 미취업 청장년, 주부들로서 대체로 경제적 약자들이다. 광주시 차량등록대수가 가구당(49만5천가구) 한대꼴이니 경제활동을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자가용을 타고 다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내버스 안에는 서민들의 질펀한 애환이 감돈다. 승객들의 대화에서는 삶의 현장에서 묻어나는 시큰한 땀내음과 긴장어린 일상이 걸쳐있다. 더러 천원짜리 생활용품 몇가지를 들고 올라와 깜짝 난장을 펼치는 것도 시내버스 안에서만 벌어지는 진풍경이다. 여기에 '느림의 미학'이라는 수식어를 갖다대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
 올해처럼 이르게 찾아온 봄날은 도시 소시민들에겐 생활하기에 알맞은 시즌이다. 기상이변에 의한 것이라 찜찜하기도 하지만 꽃샘추위가 오기전에는 한낮 기온이 12-15℃로 춥지도 덥지도 않아 걸어다니기에 안성마춤이었다. 그래서 봄날은 시내버스 타기에 더없이 좋은 날이다.
 시내버스를 이용하면 자가용보다 번거롭고 불편한 게 사실이다. 집에서 승강장까지 걸어야 하고 버스가 오기를 기다려야 한다. 버스에 올라타면 대부분 자리가 없어 서서가기 일쑤이고 내려서도 목적지까지 수백m를 걸어야 하는 수고가 따른다.
 반면 시내버스를 타는 즐거움도 적지않다. 비록 짧은 거리이지만 걸으면서 평소 차창으로 스쳐지나가던 길거리 풍경을 감상할 수 있어 색다른 기분이 느껴진다. 또 운동량이 많아져 뱃살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게다가 운전에 신경을 쓰지 않아도 돼 자기자신과 대화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시내버스는 또 도시랜드마크로서의 기능도 가지고 있어 국제화시대 광주를 방문하는 외국인들에게 도시이미지를 각인시키는데 매우 효과적인 수단이 된다. 대표적인 예로 영국 런던의 빨간색 이층 시내버스는 그 자체가 관광대상이자 도시의 상징물이 되고 있다.
 필자가 외국에서 타본 시내버스 가운데는 뉴질랜드 오클랜드(Auckland) 시내버스가 인상에 남는다. 버스안내정보시스템(BIS)이 잘 구축돼 있어 노선버스가 어디쯤 오고 있는 지 전광판에 표시된다. 또 타고 내리기 쉽도록 문턱높이가 낮은 저상버스가 운행되고 있다. 요금은 뉴질랜드 달러로 1달러30센트(환화 858원)로 우리나라보다 싼편이다. 요금을 내면 리본처럼 생긴 길다란 종이테이프가 찍혀나오는 게 이채롭다. 내릴려면 빨래줄처럼 길게 늘어선 줄을 잡아당기면 종소리가 울려 신호를 보낸다. 물론 과속 운전은 없다. 시민전체가 친절이 몸에 밴 지라 운전기사 또한 외국승객의 서툰 영어질문에도 정성껏 응해준다.
 이에 반해 광주시내버스는 어떤가? 시민들이 느끼는 체감도는 여전히 불만족이다. 특히 주말이나 공휴일은 평일보다 3배정도 기다려야 버스에 오를 수 있다. 하차신호 버튼도 양편에 3개씩 밖에 없어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뉴질랜드 시내버스처럼 단순하면서도 편리한 신호방식을 고안했으면 한다.
 광주시는 올 하반기에 버스도착안내시스템(BIS)을 도입할 계획이라고 한다. 아울러 시내버스 준공영제의 성공적 정착을 위해 분기 1회씩 서비스와 경영평가를 강도높게 실시한다는 방침이어서 서비스 질 향상이 기대된다.
 진월동으로 가는 07번 시내버스를 타고가면서 1등광주의 참모습은 '시내버스타기 좋은 도시'가 아닐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