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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2005~2010)

'태양광발전소' 전쟁

'태양광발전소' 전쟁


입력날짜 : 2008. 05.27. 00:00

 박준수 경제부장
 
 어느덧 계절은 '신록의 숲'을 지나 '태양의 계절'로 옮겨가고 있다. 그동안 사무실 한켠에 잠자고 있던 에어컨과 선풍기들이 요며칠새 기지개를 켜고 윙윙대며 본격적인 여름나기가 시작됐음을 알린다. 기상청은 올 여름도 작년못지 않게 무덥겠다는 예보를 전했다. 최근 계속되고 있는 지구온난화는 화석연료의 남용에 따른 온실가스(CO쐝)발생이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에따라 세계 각국은 석유 등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고 태양광, 풍력, 바이오연료 등 신재생에너지 보급비율을 높이려는 정책을 활발히 추진하고 있다. 또한 국제사회는 OECD를 중심으로 온실가스 의무감축을 명문화한 교토의정서를 채택해 기후변화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교토의정서 서명국의 일원으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오는 2011년까지 전체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5%로 높이는 정책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 특히 2012년부터 한국전력 등 발전회사들은 연간 전력공급량의 4~5%를 태양광, 풍력 등 녹색전력으로 채우는 '신재생에너지의무비율할당제, RPS'가 적용되는 등 신재생에너지 산업이 급격히 팽창할 전망이다.
 지금 세계 각국은 하늘높은줄 모르고 치솟는 석유의 덫을 탈출하기 위해 태양광발전소 건립 경쟁을 벌이고 있다. 특히 스페인은 태양광발전소 보급확대를 위해 1기가(10썗)까지 차액보전제도를 적용하는 정책을 펼쳐 세계 태양광모듈을 싹쓸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여파로 국내 모듈가격이 1w당 4천700-4천800원까지 급등하고, 그나마 품귀현상으로 일부 태양광 사업자는 모듈을 구하지 못해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라고 한다.
 태양광발전 산업은 독일, 일본, 미국 등 선진국이 주도해왔고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경제성이 없어 관심을 별로 기울이지 않았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2년부터서야 발전차액제도를 시행해 민간발전사업자에게 일정수준의 투자수익률을 보장해주고 있다.
 그러나 국제석유가격이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는 가운데 신재생에너지가 온실가스 감축효과와 경제적 측면에서도 새로운 '블루오션'산업으로 떠오르면서 매력적인 투자대상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같은 시장수요를 겨냥해 국내 대기업들은 최근 신재생에너지 산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거나 시장참여를 발표하는 등 신성장동력으로서의 위상을 확고히 하는 모습이다. 동양제철에 이어 현대중공업이 지난 20일 충북 음성에 태양전지 생산 공장을 준공하고 태양광발전사업을 본격화했으며 삼성, LG 등도 투자를 서두르고 있다.
 지자체들 역시 태양광을 비롯한 신재생에너지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발벗고 나섰다. 대구시는 외국인투자기업 미리넷솔라를 유치해 지난 22일 국내 최대 규모의 태양전지 생산공장을 완공하고 준공식을 가졌다. 또한 국내 태양광산업 분야의 선도기업인 ㈜KPE가 2010년까지 본사를 부산으로 옮기고 대규모 태양광발전 제조설비 공장을 건설할 예정으로 부산시와 투자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전북 새만금이나 강원도 등 다른 지역도 태양광에 눈독을 들이기는 마찬가지다.
 반면 광주시와 전남도는 태양광발전 보급율에서는 앞서가고 있으나 고용과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관련기업 유치에는 실적이 좋지않은 실정이다. 특히 시·도의 투자유치담당자들 가운데 태양광발전에 관한 전문가가 없어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업계로부터 나오고 있다. 또한 국내에 투자한 외국계회사들은 에너지관리공단으로부터 태양광모듈을 인증받는데 6개월이상 걸린다며 불만을 나타냈다는 후문이다.
 광주와 전남은 광주과기원을 비롯 생산기술연구원, 전남대, 목포대 등 연구기반이 탄탄해 태양광 관련기업이 클러스터를 형성하기에 최적의 입지조건을 갖추고 있다. 태양광 발전소 건립에만 신경쓸 일이 아니라 '돈되는 기업'을 모셔오는 투자유치 마케팅에 땀을 흘려야 할 때이다. 2년전 필자가 방문한 독일 프라이부르크는 도시곳곳에 내걸린 태양전지판이 태양의 신 '헬리우스'의 거대한 신전처럼 작렬하는 햇볕을 빨아들이며 그 에너지로 22만명의 인구를 먹여살리고 있었다. '태양광'을 둘러싼 도시간 전쟁이 올 여름을 더욱 뜨겁게 달굴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