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칼럼(2005~2010)

'파랑새'는 있다 

'파랑새'는 있다 


 

입력날짜 : 2008. 12.30. 00:00

 

 박준수 부국장 겸 경제부장
 
 며칠전 참으로 오랜만에 초등학교 2학년 막내 아들과 시내 영화관에서 영화 한편을 보았다. 영화관에 가기전 집에서 미리 인터넷으로 검색해서 보기로 결정한 영화는 어드벤처 소설의 거장 '쥘 베른'의 고전 '지구 속 여행'을 원작으로 한 '잃어버린 세계를 찾아서'였다.
 평소 공룡을 유난히 좋아하는 아들의 기호와 '인디아나존스' 등 탐험영화을 즐겨보는 나의 취향이 잘맞아 떨어지는 줄거리였기 때문이다.
 영화의 스토리는 3명의 주인공이 뜻하지 않은 사고로 1억 5천만년전 사라졌던 세상 속으로 빨려들어가 겪는 스릴과 모험담이다.
 잠깐 줄거리를 소개하자면 이렇다. 지질학자 트레버(브랜든 프레이저)는 수년 전 실종된 형의 오래된 상자 속에서 우연히 '지구 속 여행'이라는 고서를 발견하게 된다. 책 속에 남겨진 암호가 지구 속 세상의 비밀을 밝힐 중요한 단서라고 여긴 트레버는 조카 션(조쉬 허처슨)과 함께 암호를 해독해가며 불과 얼음으로 뒤덮인 땅 아이슬란드로 향한다. 고서에 명시된 대로 찾아간 산장에서 미모의 산악가이드 한나(애니타 브리엠)의 도움을 받아 사화산 분화구에 오르지만 급작스런 기후 변화로 폐광동굴에 갇히게 된다.
 이들은 동굴에서 탈출을 시도하다 우연한 사고에 의해 끊어진 선로를 쾌속질주하는 롤러코스터에 실려가는 등 점차 지구 중심 세계로 향하는 빅 홀로 빠져든다. 그리고 예고없이 습격해오는 식인식물, 피라냐, 공룡에 맞서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일생 일대의 위기에 직면하게 된다.
 주인공들은 온갖 위험속에서도 용기와 희망을 잃지않고 서로를 지켜주며 지혜를 발휘해 마침내 신비로운 빛을 내는 파랑 새의 안내로 지상으로 빠져나오게 된다.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아들에게 소감을 묻자 매우 만족스럽다는 반응이다. 공룡을 좋아하는 아들은 특히 꼬마 주인공이 공룡으로부터 쫓기다 가까스로 위기를 모면하는 장면이 가장 흥미로웠다고 말했다. 모험영화가 갖는 요소를 충실히 보여준 영화였지만 또 한편으론 올 한해 지구촌사람들이 겪고 있는 경제위기상황을 그대로 대입해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올해 하반기 미국발 금융위기로 촉발된 글로벌 경기침체로 국내 경제가 걷잡을 수 없는 격랑속으로 빨려들고 있다. 영화속에서 끊어진 철로를 달리는 아슬아슬한 롤러코스터처럼 아차하면 벼랑으로 추락할 것만 같은 아찔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
 '전국민 펀드시대'라 불릴만큼 광풍이 불었던 주식과 펀드는 반토막나 직장인들을 울리고 있다. 심지어 한주당 가격이 생선가격에 불과한 '갈치펀드', '고등어펀드'도 속출하고 있다. 부동산경기 침체로 아파트 미분양이 쌓여가는 상황속에서 주택자금 대출마저 묶이면서 시장이 꽁꽁 얼어붙었다. 수출과 내수부진으로 석유화학을 비롯 자동차, 반도체, 가전 등 대부분 업종의 제조업체들이 감산에 들어갔으며 쌍용자동차 등 일부 대기업은 직원들 급여를 주지못할 정도로 고전하고 있다.
 기아자동차 광주공장과 삼성광주전자 협력업체들이 밀집한 광주 하남공단은 원달러 환율 급등으로 된서리를 맞은 데 이어 대기업의 감산으로 가동률이 떨어지면서 공장문을 굳게 닫고 휴폐업에 들어간 중소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서민들의 삶은 더욱 애처롭다. 실업급여 지급창구는 장사진을 이루고, 신용불량자가 급증하는 등 10년전 IMF상황이 그대로 재현되고 있다.
 2008년 세밑 우리는 아차하는 순간 천길 낭떨어지로 추락하는 절체절명의 순간을 하루 하루 숨죽이며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경제는 심리이다'는 말이 있듯이 현재의 위기상황도 마음먹기에 따라서는 얼마든지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지나친 위기의식은 독이 된다. 서로가 고통을 분담하고 거품을 빼내고 잠재적 역량을 극대화한다면 전화위복의 전기로 삼을 수 있다. 우리는 IMF외환위기 때 전국민이 똘똘 뭉쳐 환난을 극복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신비로운 빛을 내는 파랑새는 영화속에만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새해에는 기업과 국민 모두가 마음속에 있는 파랑새를 따라 지금의 위기상황을 탈출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