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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노트

월척은 없었다

월척은 없었다

-박준수


겨울강에서 귓볼이 얼어붙도록 기다렸지만
찌를 물고 올라오는 건 피라미뿐
월척은 없었다
담배만 연거푸 피워물다
밤하늘을 올려다 본다
은어떼들이 허공을 유영한다
나뭇가지 사이로 은어떼를 쫓는 초승달
월척은 없었다
강 언덕 너머 불어오는 바람이
裸木의 풍경마저 비워버린다
몇잎의 낙엽을 치워보니
월척은 없었다
꿈이 한겹 한겹 현실로
제 속살을 드러내지만
차운 바람에 동전 몇잎이 떨어지는 소리
월척은 없었다
겨울강 언덕에서
귓볼이 붉게 타들어가도록
기다렸던 사랑도 그러했으리
중년의 우리 인생도 그러했으리
눈송이 몇점 가슴에 적시며
뒤돌아선 길에서 내내
낚지 못한 월척의 꿈을 비워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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