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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유산 천년의 숨결

‘한과 풍류’ 응결된 유구한 호남문화 재발견

<1>프롤로그-전라도 천년의 숨결 ‘호남문화유산 30선’

‘한과 풍류’ 응결된 유구한 호남문화 재발견
역사성과 지역적 대칭성, 인문학적 스토리 깃든 곳 선정
나주목·전라감영에서 출발, 영광 백수 해안도로에서 대단원


2018년은 광주·전남·북 3개 시·도가 전라도 정도 천년을 기념하기 위해 제정한 ‘전라도 방문의 해’이다. 전라도는 다른 지역에 비해 산업화와 도시화가 상대적으로 더딘 까닭에 유구한 역사문화 원형이 비교적 잘 보존돼 있다. 선사시대 유적부터 심산유곡에 자리한 천년고찰과 누정문화, 임진왜란, 동학혁명, 항일의병 전적지 등 민초들의 핏빛어린 자취가 남도산하 곳곳에 서려있다. 그리고 개화기와 일제강점기 근대역사유산에 이르기까지 시대별로 조상들의 숨결과 삶의 흔적들이 고즈넉이 남아 있다.
광주매일신문는 ‘전라도 방문의 해’를 맞아 공동기획으로 양 지역에 걸쳐있는 ‘호남문화유산 30선’을 선정해 연중 연재하기로 했다. 역사성과 지역적 대칭성, 풍부한 스토리가 깃든 역사, 문화, 자연경관을 재조명해 전라도의 정체성과 자긍심을 고취하기 위해서이다.   

 

문화유산 쌍둥이처럼 대칭

우연의 일치인지 몰라도 전남지역과 전북지역의 문화유산들은 마치 한 형제 혹은 쌍둥이처럼 대칭을 이룬다.
‘호남문화유산 30선’을 선정해 놓고 보니 놀랍게도 이같은 사실이 드러났다. 나주목 관아-전주 전라감영, 목포 근대문화유산-군산 근대문화유산, 화순 고인돌-고창 고인돌, 동학 최후의 항전지인 장흥 석대들과 최초의 항전지인 무장 기포지, 구한말 항일의병 전적지인 화순 쌍산의소와 무주 칠연의총 등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처럼 동시대 문화유산이 정확히 짝을 이룬 경우는 아마도 다른 지역에서는 없을 것 같다. 그것은 그만큼 전남과 전북이 역사적으로나 지리적으로 한 몸이었다는 사실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비록 근대에 이르러 행정구역 개편으로 광주·전남·북 3개 시·도로 분할됐으나 한울타리에서 천년을 함께 살아온 형제인 셈이다.
따라서 전라도 정도 천년을 단순히 숫자의 기호적 의미로만 볼 것이 아니라 천년의 지층에 뿌리내린 원형질을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근·현대에 이르러 호남이 변방으로 밀려나면서 호남문화 역시
왜곡되고 훼손된 측면이 없지 않다. 전라도 정도 천년을 맞아 호남문화의 복원과 통섭적 고찰이 필요한 이유이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전라도 정신’ 혹은 ‘호남사상’을 탐구하는 노정이 될 것이다.
혹자는 4차 산업혁명이 눈앞에 펼쳐지고 있는 첨단과학시대에 까마득한 옛 것들을 들춰내 담론으로 삼는 데 대해 시대착오적이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과학의 발전도 인문학의 힘을 빌리지 않고서는 꽃을 피우기 어렵다. ‘법고창신(法古創新)’이란 말이 있듯이 옛 것을 본받아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일이야말로 현대사회를 이해하고 미래에 대비하는 바람직한 태도이다. 오늘날 과학문명이 빠르게 삶의 양식을 변화시키고 있지만 인간정신은 여전히 인문학의 자양분에 의해 배양된다.
이런 점에서 이번 기획은 전라도의 색깔이 선명하면서도 역사성과 인문학적 향기가 물씬나는 곳을 골라 생생한 현장의 숨결을 전하고자 한다. 아울러 ‘전라도 방문의 해’에 맞춘 기획이기 때문에 외지인들에게 전라도의 원형질과 DNA를 함초롬히 보여주는데 방점을 두고자 한다.

 

전라도 원형질 탐구에 방점

 

그 첫 순례지는 전라도 정도의 기원이자 심장부인 나주의 나주목 관아와 전주의 전라감영을 대상으로 삼고자 한다. 이어 일제시대 아픔이 서려있는 목포와 군산근대문화유산, 구한말 항일투쟁의 현장이었던 화순 쌍산의소와 무주 덕유산 칠연의총을 찾아간다. 그리고 천주교의 성지인 광주 북동성당과 전주 전동성당을 탐방하고 최근 핫플레이스로 뜨고 있는 광주 양림동 펭귄마을과 전주 한옥마을을 둘러본다. 또한 조선시대 관아를 옹위한 낙안읍성과 고창읍성, 천년고찰 해남 대흥사와 김제 금산사를 살펴본다. 남도의 수려한 산수를 보기 위해 광주 무등산과 전주 모악산, 단풍으로 유명한 장성 백양사와 정읍 내장사를 구경한다. 가사문학의 산실인 담양과 선비들의 풍류가 깃든 진안 영모정, 강진 시문학파기념관과 고창의 미당 서정주문학관을 들를 예정이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화순고인돌과 고창 고인돌의 신석기 거석문화, 동학혁명의 불길이 타올랐던 장흥 석대들과 무장 기포지에서 민중들의 숨결을 느껴볼 예정이다.
끝으로 학문의 도량인 광주향교와 전주향교를 둘러보고 노을이 아름다운 영광 백수와 전북 변산반도 해안도로를 일주하는 것으로 ‘호남문화유산 30선’의 대장정을 마칠 계획이다. 광주·전남·북 3개 시·도 지역민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린다.  
/박준수기자jspark@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