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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란 무엇인가(1) -시란 무엇인가(1) 그 해답을 구하기 위해 젊은날에 숱하게 방황 ‘시란 무엇인가?’. 시에 관심이 있거나 시를 쓰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화두에 직면하게 된다. 과연 ‘시란 무엇이며 왜 시를 써야 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써야 시가 되는 지’ 하는 일련의 물음에 사로잡히게 된다. 이러한 질문은 이제 막 시쓰기에 입문한 초심자뿐 아니라 한 평생 시를 써온 중견시인들도 끊임없이 그 해답 구하기에 골머리를 앓는 난해하고 근원적인 물음이다. 이는 마치 중국 장가계의 운무에 싸인 기암괴석 산봉우리를 더듬는 일처럼 첩첩한 난제이다. 필자는 이 해답을 찾기 위해 20대 젊은 시절 무던히도 오랜 방랑의 시간을 보냈다. 지식은 옅고 혈기는 넘치던 때라 몸으로 터득하고자 시도한 적도 있었다. 일례로 여름 장마철 장..
처갓집 풍경을 탐하다 흙집 뒤안에는 대나무숲, 곳곳에 손때묻은 추억이...... 마당에 서면 저 멀리 월출산, 가까이에 우람한 당산나무 추석명절을 맞아 영암 시골마을 처갓집을 다녀왔다. 결혼한 지 30년쯤 되니 이제는 처갓집이 내 고향처럼 포근하게 느껴진다. 처가에는 팔순이 훌쩍 넘은 장모님이 혼자서 오래된 흙집을 지키고 계신다. 몸집이 작고 키가 낮은 흙집은 오랜 세월만큼이나 깊은 주름이 졌다. 10여년 전 대대적인 보수작업을 벌여 겉모양은 그런대로 멀쩡하지만 내부는 낡고 삐걱거린다. 그래도 그 좁은 둥지에서 6남매를 번듯하게 키우시고 한 생애를 무탈하게 지내오셨다. 나는 처가에 올 때면 집주변 이곳저곳을 둘러보곤 한다. 구석진 자리에 널려있는 옛 농기구들과 생활용기들을 보면서 진한 향수를 느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집 뒤..
영산강에서 물고기를 방생하다 바위 웅덩이에 갇힌 물고기 발견해서 방생...우리사회 어려운 이웃은 없는지 우산동으로 이사온 지 4개월만에 영산강변을 걸어보았다. 그 전에 잠시 인도교를 걸어본 적이 있으나 이 때는 무더위가 한창이던 7월 중순이라 오래 걷지 못하고 잠깐 눈요기하는 정도였다. 때 마침 추석연휴를 맞아 서울에 사는 작은딸이 내려온 참에 아내와 함께 강변을 산책하기로 했다. 아파트에서 강둑까지는 채 10분도 걸리지 않는 가까운 거리이지만 걸어가기에는 불편한 곳이다. 좁은 농로를 이용해야 하므로 차와 접촉할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설령 차를 타고 가더라도 마땅한 주차공간이 없어 옹색하기는 마찬가지이다. 고민끝에 차를 가지고 가서 강둑 한켠에 요령있게 차를 세워두고 가는 게 낫겠다 싶어 차로 이동했다. 아파트에서 차를 타고 화훼..
추석이야기 추석이야기 추석이 다가오면 부모님 생각이 절로 난다. 지금은 두 분 모두 고인이 되셔서 가족묘지에 잠들어 계신다. 그래도 마음 속으로는 보름달처럼 환희 웃고 계시는 모습을 떠올릴 수 있다. 초등학교 시절 추석은 더 없이 설레였다. 유년기를 시골에서 보냈는데 떡과 과일 등 맛있는 음식이 풍성하게 차려져 배불리 먹을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장날 새옷과 고무신 등을 사다주시는 것이 더욱 기뻤다. 특히 그 무렵 초등학교에서는 운동회가 열리기 때문에 늘 운동복을 사다주셨다. 하얀 티셔츠에 검정색 반바지로 구색을 갖춘 새 운동복을 입고 동네를 들뜬 마음으로 누비던 기억이 떠오른다. 그리고 인근 중학교에서는 동네 어르신들을 초대해 태권도시범과 강강수월래 공연을 하던 광경이 아련한 추억으로 남아있다. 그러나 추석..
행상 할머니로부터 화장지를 샀더니 일어난 일 작은 선행을 하고 나니 연거푸 희소식이 전해져 베푸는 마음이 모이면 사회가 보다 훈훈하지 않을까 지난주 수요일 점심 시간 무렵의 일이다. 점심 식사를 하기 위해 막 사무실 현관문을 밀고 나오는데 문앞에서 여럿이서 웅성거리는 모습이 목격되었다. 직원들과 낯선 할머니가 뭔가를 두고 실랑이를 벌이는 것 같았다. 그냥 지나치려다 무슨 일인가 하고 잠시 서서 상황을 파악해보니 할머니가 직원들을 상대로 화장지를 사달라고 부탁을 하는데 직원들이 이러지도 저리지도 못하고 난처한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이었다. 저만치 사무실 입구 도로에는 할머니가 끌고온 화장지 카트가 시무룩하게 서 있었다. 직원들은 할머니가 여기까지 화장지를 팔러 돌아다니는 것이 보기에 딱하기는 하지만 사무실에 화장지가 충분히 있는 마당에 임의로 산다는 ..
‘뽕뽕다리’와 방직공장에 대하여 ‘뽕뽕다리’와 방직공장에 대하여 도시재생은 그 지역 주민들에게 삶의 만족감을 높여주어야 1970년대 양동과 임동 사이 광주천에 걸쳐 있다가 사라진 ‘뽕뽕다리’가 재현될 것이라고 한다. 서구 양동 발산마을과 북구 임동 방직공장을 연결하던 이 다리는 공사장의 구멍뚫린 철판을 엮어 만든 철제다리로 독특한 형태뿐 아니라 방직공장 여공들의 추억이 깃든 곳이다. 당시 발산마을에 집단거주하는 여공들은 매일 이 다리를 이용해 방직공장을 오갔는데, 이곳에서 일어난 사연들은 영화나 드라마 소재로 만들어도 좋을 만큼 절절하고 애틋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한 장소에 대한 풍경은 그 대상물이 사라진 후에도 오랜 세월 사람들의 집단기억 속에 자리한다. 이처럼 특정 장소에 대한 인지된 물리적 특질을 ‘장소성(場所性)’이라고 한다...
인생에도 ‘위약’이 필요하다 인생에도 ‘위약’이 필요하다 오늘도 어등산에 올랐다. 요 며칠 사이 가을장마가 휩쓸고 간 까닭인 지 등산로가 축축히 젖어 있고, 곳곳에 나뭇잎과 밤송이들이 떨어져 뒹굴고 있다. 등산로 초입 가파른 계단길을 천천히 오르며 시동을 걸어본다. 오늘도 목적지는 전망대이다. 거기까지가 내 체력이 버틸 수 있는 거리이다. 통상 왕복하는데 3시간 가량 소요된다. 오늘도 산길을 걸으며 마음속에 떠도는 생각의 부유물을 하나하나 건져올린다. 모두 지나간 일들에 대한 회상 혹은 회한들이다. 집안 구석에 묵혀두었던 재활용 폐품을 버리듯 매일 매일 가져다가 버리지만 자꾸자꾸 불거져 나와 마음을 심란하게 만든다. 사람은 앞을 보며 살아간다고 말하지만 실상 늘 뒤를 보며 살아가는 것 같다. 앞에 보이는 전경보다 뒤에 펼쳐진 후경을..
가을 어등산 가을 어등산 8월 마지막주 일요일 오후 어등산 산행을 다녀왔다. 퇴직 후 스스로에게 다짐한 것 가운데 하나가 산을 가까이 하는 일이다. 무료한 시간을 생산적으로 보내고 싶다면 산행을 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이다. 직장을 다닐 때는 피곤하기도 하고 여러 가지 사정으로 인해 산행을 하기가 쉽지않다. 하지만 백수생활을 시작하면서 시간을 내 마음대로 쓸 수 있으니 등산하기가 훨씬 용이해졌다. 어등산 입구에 차를 세워놓고 산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입구 초입부터 가파른 계단이 기다리고 있다. 한달 전만 해도 계단을 오르고 나면 숨이 가쁘고 기진맥진했으나 그동안 여러번 오르고나니 이제는 가볍게 오를 수 있다. 오늘도 평지를 걷듯이 가볍게 정자까지 단숨에 도달했다. 이곳에서 잠시 물 한 모금을 마시고 나서 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