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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자 시인 첫 시집 ‘외로움을 만지다’ 출간 김문자 시인 첫 시집 ‘외로움을 만지다’ 출간 시편마다 그리움과 회한 절절하게 배어 외로움 속에서 견고한 삶의 의지 노래 시는 어디서 오는가? 시의 원천은 심상(心象)이다. 어느 순간 마음에 떠오르는 이미지를 언어로 표현하는 것이 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수많은 시인들이 시의 탄생을 설파해왔다. 그중 정일근시인이 쓴 ‘시인을 만드는 9개의 비망록’이 압권이다. 그가 첫 대목으로 언급한 ‘슬픔이 시인을 만든다’는 구절이 정곡을 찌른다. 정 시인은 “아버지가 없는 빈 자리에 제일 먼저 슬픔이 찾아왔다. 아버지란 큰 슬픔이 나를 시인으로 만들었다”고 토로한 바 있다. 슬픔에 붙들려 절망의 나락에 떨어져 있는 외로운 영혼을 구원해주는 것이 시의 힘이다. 이처럼 슬픔에 이끌려 시인이 된 이가 바로 김문자 시인이..
여름밤 여름밤 여름밤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나는 모른다 그저 잠들지 못하고 한 그루 느티나무가 되어 서 있을 뿐이다 때론 실바람이 불어와 귓속말로 소식을 전하고 때론 논가 개구리 울음소리가 어머니의 음성처럼 파문짓는다 어쩌다 밤기차는 소나기처럼 내 마음을 긋고 어둠속에 묻히고 달빛이 도시문명 언덕 위에 신비롭게 걸려 있다 새벽닭이 울기 전에 나는 여름밤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모른다 강물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포플러 나뭇잎이 무슨 노래를 부르는지 누가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지, 어느 집 담벼락이 무너져 내리는지븣 그저 잠들지 못하고 휘영청 보름달을 바라볼 뿐이다
임금남 시인 ‘노을을 품다’ 출간 임금남 시인 ‘노을을 품다’ 출간 삶과 주변 사물에 대한 관조 시로 노래 자기만의 개성 구축해 새로운 표현 선봬 임금남 시인이 신작 시집 ‘노을을 품다’(도서출판 서석)를 출간했다. 2018년 아시아서석문학으로 등단한 지 3년 만에 두 번째 결실을 거두었다. 임 시인은 자기만의 개성을 구축하여 새로운 표현으로 맛깔나는 시의 옷을 입히려고 애를 쓰는 시인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상재한 첫 시집 ‘보름달을 삼키다’(서석)는 시편마다 자연 친화적인 정서와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가 어우러져 독자로 하여금 친근감을 느끼게 한 작품이 많았다. 이번 두 번째 시집 역시 일상에서 찾은 시의 모티프를 감성으로 숙성시킨 작품들로 채워졌다. 임 시인은 서문에서 “저의 삶과 주변의 사물에 관심을 갖고 생각과 눈이 사유..
벼랑 끝에 핀 꽃이 아름답다 벼랑 끝에 핀 꽃이 아름답다 어제의 어리석음을 무너뜨리지 못한다면 헛된 신기루 성의 포로가 되고 말 것이다 파도가 부셔져야 다시 용솟음을 치듯이 하루 해가 녹아내려 노을이 되듯이 부셔져야 새날이 열린다 길이 끊겨 더 이상 갈 수 없는 막다른 곳에 신은, 지혜의 꽃을 숨겨놓는다 신이 나에게 “벼랑 끝으로 가라”고 명한다면 나는 감히 두려워 하지 않을 것이다 벼랑 끝에 핀 꽃이 아름답다 오늘 하루 진정한 깨달음이 없으면 오늘 하루를 잃은 것과 같다.
새로운 보금자리 새로운 보금자리 여기 영산강 뚝방 너머 새로운 보금자리 들꽃피는 변방에서 인간이 개척한 영토를 떠나 자유로운 날개짓을 한다 진정 원시의 생명이 살아 숨쉬는 신의 땅, 아득한 지평에 흙이 빚은 풍경화 한 폭이 꿈틀거리고 바람은 나에게 사유(思惟)를 호흡케 한다 저만치 손 끝에 새의 영혼을 가슴에 품고 영산강을 클로즈업해서 머나먼 시간의 강물이 흘러간다 새벽 닭 우는 소리, 기찻길 기적소리에 유년의 기억을 깨우는 하루 하루 작은 숲 그늘이 여름 논에 푸르름을 드리우고 밤마다 무등 위로 휘엉청 달이 뜨는 창너머 호롱불처럼 촉수 희미하게 흔들거리는 도시는 내 마음의 풍경을 바꾼다
‘낭만주의’ 신문을 꿈꾼다 ‘낭만주의’ 신문을 꿈꾼다 신문기사를 문예사조의 관점에서 보면 어느 사조에 속할까. 팩트(사실)를 기본으로 하니까 사실주의에 해당될까, 아니면 공정성과 객관성 등 보도규범에 충실해야 하므로 고전주의에 가까울까. 혹은 세상의 정보를 전달하고 시민을 일깨우는 측면에서 계몽주의일 수도 있겠다. 신문기사는 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글이므로 굳이 문예사조로 나눠보는 것이 무의미할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필자는 신문기사를 문예사조에 비춰본다면 낭만주의 경향을 지향하고 싶다. 문학이론상 낭만주의(Romanticism)는 창작과정에서 개인의 자유와 상상력을 추구한다. 규칙, 제도보다 경험과 직관에 의존한다. 이성과 지식보다도 체험에서 우러난 진실한 감정을 중요시한다. 그리고 민속 등 민족문화 전승에 관심을 갖는다. 뿐만..
강천산 등산 강천산 등산 (1992.06.14. 광주매일 노보) 산은 뜻밖에 가까이 있었다. 프로스트의 시 ‘가지 않은 길’에서처럼 두 갈래 길 가운데 우리는 예정하지 않았던 다른 길로 이끌리고 말았다. 헌데, 빗나간 선택이 흥미진진한 산행을 예고할줄이야. 1992년 6월14일 오전 8시45분 광주 대인동 공용터미널. 산악회 총무인 나의 도착이 늦어지는 것에 초조해하던 이승수 부장님이 내가 모습을 드러내자 내심 안도하면서도 ‘왜 늦게 오느냐’고 불편한 심기를 나타냈다. 그 시간까지 모인 회원은 12명. 전날까지 참석하기로 한 사람이 17명이니 5명이 더 와야 한다. 목적지인 송광사행 버스출발 시간은 15분 밖에 남지 않았다. 모두 도착해 표를 끊으려 매표소엘 가보니 창구대신 자동매표기가 놓여 있었다. 1인당 요금이 ..
해남 두륜산 기행 해남 두륜산기행 (1992.07.12.) 1992년 7월 12일 아침, 잠자리에서 눈을 떠보니 창밖은 ‘비오는 날의 수채화’였다. 가랑비이기는 하지만 장마권의 영향을 받아 빗줄기가 계속될 것임은 분명했다. 어떻게 할 것인가? 망설이고 있던 차에 따르릉 전화벨이 흠칫 남은 잠결을 거두어갔다. ‘어떻게 할 거냐’고 묻는다. 길 떠나는 나그네가. 전날 회원들에게 배부한 산행계획서에 비가 오더라도 모이자고 메모를 해두었지만, 막상 비가 뿌려지니 나부터 마음이 내키지 않은 것이다. 이렇게 갈피를 못잡고 있는데 목포에 사는 고규석 회원이 해남은 비가 오지 않는다고 알려왔다. 어떻게 할 것인가…, ‘갈 것이다’ 결단을 내리고 산행을 강행키로 했다. 오전 8시30분까지 터미널로 모이기로 했는데 한번 흔들린 마음을 추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