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노트
신문배달
남도기록문화연구원
2016. 1. 4. 16:04
신문배달
동이 트기 전 조간신문을 옆구리에 끼고
새벽의 툰드라 지대
세상의 소문들이 이끼처럼 잠든
달동네 골목길을 달린다
해가 뜨면 어제밤 일들이 탄로날까봐
잉크냄새 뒤집어 쓴 활자들이
이 집 저 집 대문마다 숨어든다
세상은 늘 위태로운 음모가
감춰져 있다는 걸 안다는 듯
바람은 슬쩍 사회면을 넘겨다 본다
훈훈한 미담 대신
흑백사진은 가난한 풍경을 거울처럼 비춘다
정치면의 굵은 제목들이
오늘 궁핍한 동토에 팻말처럼 박혀있다
문화면에 어느 시인은 취기에 절은 펜으로
자신의 연애담을 갈겨놓았다
경제면은 개점 휴업인가?
돈이 말라버린 호주머니에
겨울바람이 가득 들어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