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노트
귀가(歸家)
남도기록문화연구원
2017. 2. 7. 11:50
귀가(歸家)
높은 언덕에
낮게 웅크린 토막집
시린 옆구리 뚫고 겨울 눈보라가 밀려온다.
녹슨 철문 열려있는 빈집 마당
인적없는 쪽방 묵은 창문 넘어
길 잃은 눈송이 몇 점
길손인 양 기척을 낸다.
한 겨울
시오리길을 걸어온 집배원
문패 이름 희미한 편지 놓고 사라지는
등 뒤로 누군가의 눈물
뜨뜻한 아랫목에 엉덩이 붙였던
비누공장 큰애기들
세월따라 떠난 빈 자리에
내력없는 동백 한 그루 서서
햇살 한 줌 돌아오는 골목길 어귀
봄이 오는 발자국 소릴 듣고 있을 터
오랜 기다림이 꽃이 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