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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어사 일주문에서

남도기록문화연구원 2018. 11. 12. 17:50

 

 

범어사 일주문에서

 

 

가을 햇살도 비스듬한 산비탈에
낙엽이 사바세계로 내려 앉는다
천상에서 보낸 지난 계절은 꿈이었고
시방은 꿈같은 현실
그래서 사람들은 낙엽에 물든 붉은 화염을
뜨겁게 가슴에 품는다
이 계단에 오르면 중생도 부처도 오롯이
불타고
대웅전, 팔상전, 나한전도 불타고
금정산 산마루도 활활
내가 여기에 온 것은 바람 때문인가
저 불길 때문인가
까닭 모를 인연을 따라
범어사 일주문에서
한 잎 낙엽이 되어 사바세계로 흘러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