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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쓰는 시내버스 기사’ 정윤회 시인

‘시 쓰는 시내버스 기사’ 정윤회 시인
두 번째 시집 ‘카멜레온의 미소’ 출간
풍자와 해학으로 차창 너머 세상 그려





시 쓰는 시내버스 기사인 정윤회 시인이 틈틈이 쓴 시를 모아 두 번째 시집 ‘카멜레온의 미소’(도서출판 서석)를 펴냈다. 지난 2009년 아시아서석문학 신인상 수상으로 문단에 나온 정 시인은 등단 초기부터 자신만의 독특한 시풍을 선보여 주목을 받아 왔다.
이번 시집 역시 표제 ‘카멜레온의 미소’가 말해주듯 자기만의 기발한 표현기법으로 독자에게 신선한 미적 즐거움을 안겨준다.
그의 시적 표현의 특징은 풍자와 해학을 바탕으로 한 스토리텔링이다.
“칼바람이 유령의 울음소리 같고/ 메마른 기침소리만 간혹 들려오던 음산한 집이/ 요즈음 북적북적 북새통이다”(시 ‘한낮에 우는 닭’). 이 시는 시골 전답이 사업지구로 편입돼 거액의 보상금을 받게 되자 도회지로 나간 자녀들이 이를 노리고 재산다툼을 벌이는 광경을 실감나게 표현한 대목이다.
“은밀한 밤이면 등대를 밝히는 그녀 덕분에/ 우윳빛 그윽한 조가비 바다 향을 알았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은 고리타분하지/ 연애가 꿀맛인데 밥맛이라고/ 클라이맥스, 팔색조로 날아보면 그만이다”(시 ‘그녀의 애완견’). 이 시는 여주인으로부터 사랑받던 애완견이 어느 날 길거리에 버려져 비참한 신세가 된 유기견을 묘사한 구절이다. 
이처럼 정 시인의 시는 기상(conceit)과 아이러니를 주로 활용함으로써 흥미를 유발하는 매력을 지니고 있다.
그의 시적 소재는 일상 속에서 관찰을 통해 얻어진 것들이 대부분이다. 특히 생업 현장인 시내버스 안에서 일어난 사연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다룬 작품에 눈길이 간다. “능주에서 출발하는 첫차 첫 승강장에서/ 쑥 달래 냉이 미나리가 한가득 오르고/ 화순 오일장에 가는/ 도곡 할머니가 뒤따라 오르면/ 두 평 남짓 시내버스 안에는 시장이 선다”(시 ‘도곡 할머니’)
발문을 쓴 노창수 시인(한국문협 부이사장)은 “정윤회 시인의 작품은 현재형 문장의 구조적 전개, 진지한 서정성의 탈환, 대상을 향한 겸허한 시학이 특징”이라며 “시의 흐름이 긴박하여 읽는 재미를 더하는 가독성도 있다”고 평했다.
정윤회 시인은 “거친 풍랑과 싸우며 고기를 잡는 어부처럼 시심을 잃지 않고 사람들의 가슴 속에 메아리로 남는 시를 쓰겠다”고 새로운 도전의지를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