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이 무얼 바꿀 수 있는가
내면의 회복탄력성을 높여준다
문학이 한 때 무기인 적이 있었다. 민주화와 사회 개혁의 첨병이었던 적이 있었다. 혁명시를 통해 민중을 계몽하기도 하고 선동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 힘으로 세상을 바꾸었다. 일제강점기 식민지 상황에 대한 울분을 토로한 이상화의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는 대표적인 항일시로 꼽힌다.
나라를 빼앗긴 민족의 비통한 현실을 읊은 것으로 지금도 이 시를 읽으면 가슴을 뛰게 만든다. 신동엽 시인의 ‘껍데기는 가라’는 4·19 혁명 정신이 퇴색해가는 사회풍조를 비판하며 각성을 촉구하고 있다. 그리고 80년 5월 이후 등장한 5월 문학은 군부독재의 부조리한 정치상황과 민중의 억압을 날카롭고 결연한 의지로 대항했다.
문학의 효용성은 시대적 상황은 다르지만 여전히 유효하다고 본다. 다만 인터넷이 발달하고 민주화가 이룩된 현대에 이르러서는 사회적 문제해결보다는 정서회복에 더욱 밀착돼 있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다시 말해 문학이 사회제도를 개혁하기 보다는 인간내면의 해방과 행복을 도모하는 데 큰 효력을 발휘하고 있다. ‘문학이 무엇을 바꿀 수 있는가’라는 물음에 대해 심리치유사의 역할을 말하고 싶다. 문학은 잘 만들어진 음악처럼 굳은 마음을 풀어내고 축쳐진 내면에 회복탄력성을 높여준다. 안토니오 스카르메타의 대표작 ‘네루다의 우편배달부’는 시적 본질을 잘 일깨워주고 있다.
이 작품은 한 편의 시가 삶과 자연과 세계와 만나 마침내 새로운 삶과 사랑을 이끌어내는 문학의 진실을 아름답게 그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