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21대 국회 광주‧전남 의원들에게 바란다
거대 여당으로 새판짜기를 한 제21대 국회가 닻을 올렸다. 거대 여당 탄생은 코로나19라는 재난적 상황에서 국민들이 정부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선택한 결과로써, 진보 정권 사상 최초라는 점에서 한국정치사의 새 지평을 열었다.
21대 국회의 거여(巨與) 출현 배경에는 호남의 결집이 단단히 한 몫 했다. 호남에서 무소속 한 석을 제외하곤 더불어민주당 출신 후보들에게 몰표를 안겨줌으로써 180석 압승을 안겨준 원동력이 됐다. 지난 대선에서 보여준 문재인 지지를 또 한번 21대 총선에서 재현한 것이다.
호남은 거대여당 탄생시킨 종가
따라서 호남은 이제 문재인 정부 탄생과 거대여당을 만들어준 종가(宗家)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 점에서 호남 출신 국회의원들은 현 정부와 집권당의 본가(本家)로서 위상과 책임을 갖고 있다 할 것이다.
아울러 비록 대다수가 초선이긴 하지만 광주·전남 의원들에게는 어느 때보다도 막강한 정치적 중량감과 지역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주어진 셈이다.
지금 4차 산업혁명 시대 광주‧전남이 가야 할 길은 멀기만 하다. IT 융합기술을 기반으로 초연결, 초스피드를 특징으로 하는 4차 산업 혁명 시대에 광주‧전남은 타 지역에 비해 산업적으로나 기술 및 연구개발(R&D) 측면에서 매우 열악한 실정이다. 지난달 초에 정부가 실시한 차세대방사광가속기 선정과정에서 드러났듯이 광주‧전남은 첨단 핵심 연구시설이 절대 부족한데다 연관산업 및 연구인력이 열세인 상황이다. 이러한 불균형은 지역적 특성에 기인한 산물이라기 보다는 정치적 결과물이라는 데서 허탈감과 불편한 인식이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바로 이 점에서 21대 국회에 입성한 광주·전남 의원들이 앞으로 4년간 어떤 각오와 열정으로 일해야 하는 지를 말해주고 있다.
첫째, 현재 진행중인 코로나19의 재난 상황에서 지역경제가 활로를 찾기 위해서는 인공지능 등 4차산업 혁명, 블루이코노미, 그린뉴딜 등 진행중인 프로젝트가 속도감 있게 추진되어야 한다. 지역민들은 다선 중진의원들의 퇴진으로 지역현안 해결에 대한 대정부 협상력이 약화되지나 않을까 우려하는 것이 사실이다. 의정경험이 많지 않고 내공이 깊지 않은 경우라면 복잡한 행정 프로세스와 다수 제안사업들이 경합하는 과정에서 지역의 주요 현안들이 정책으로 관철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노파심을 떨치기 위해선 초선의원들이불철주야 공부와 발로 뛰는 의정활동이 요구된다. 더불어 비록 이제는 레전드로 물러나게 되었지만 누구보다도 지역의 현안문제와 정책 프로세스를 꿰뚫고 있는 전임 선배의원들로부터 의정 노하우를 습득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듯 싶다.
호남 인물 키우는 데 앞장 서야
둘째, 지역 민원에 대해 따뜻한 관심이 있어야 한다. 국회의원들은 매일 크고 작은 많은 민원에 시달릴 것이다. 대체로 합당한 민원보다는 무리한 요구가 많을 것이다. 그래서 지자체와 각종 단체로부터 밀려드는 민원이 짜증날 수도 있다. 실제 20대 국회 때 모 지역구 의원은 시‧도 공무원들이 지역현안을 들고 의원실로 찾아가면 문전박대하기 일쑤였다는 소문이 자자했다. 국회의원은 주민의 대리인 혹은 대표이지 위세를 부리는 사람이 아님을 알았으면 한다.
셋째, 지역언론과의 활발한 소통을 주문한다. 국회의원은 국민의 대의기관이자 입법기관이긴 하지만 지역주민의 손에 의해 선출된다는 점에서 지역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우리가 뽑은 의원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어떻게 활동하고 있는지 알권리가 있다. 선거 때는 허리를 90도로 굽히며 ‘머슴론’을 내세우고 하루에도 수십통의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등 구애를 보내다가 막상 국회의원 뱃지를 달고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고자세로 돌변한다. ‘금귀월래(金歸月來·금요일에 지역구에 내려왔다가 월요일에 국회로 상경)’를 실천하면서 지역언론과도 자주 만나 지역의 목소리에 귀기울여 주기 바란다.
마지막으로 호남인물을 키우는 데 앞장 서 달라. 광주‧전남은 DJ 이후 이렇다 할 정치적 거목을 만들지 못했다. 다행스럽게도 현 정부 들어 이낙연 전 총리가 대권 선두주자로 떠오르고 있고 송영길 의원, 임종석 전 비서실장 등이 대선 후보군에 거론되고 있어 차기 대선에 기대를 모으고 있다. 광주‧전남 의원들이 대선 중심에서 디딤돌 역할을 해야 하는 이유이다. 이제 호남의 정치적 비전은 21대 광주·전남 선량들의 어깨와 행보에 달려있다는 사실을 명심해 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