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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도읍 나주(羅州)의 재발견

천년도읍 나주(羅州)의 재발견
박준수
기획관리실장 겸 이사


입력날짜 : 2016. 03.07. 20:08

오는 2018년이면 호남 땅이 전라도(全羅道)라는 행정구역으로 획정된 지 어언 1천년이다. 고려 현종은 재위 9년(1018년)에 전국을 5도로 나누면서 강남도(江南道)와 해양도(海陽道)를 합쳐 전라도라 칭한 것이다. 강남도는 오늘날 전북지역이고, 해양도는 광주·전남에 해당된다.

전라도 정도(定道) 1천년을 맞아 광주·전남·전북 3개 시·도지사는 지난해 만나 공동기념사업을 추진키로 합의했다. 특히 전북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정도 천년의 국가기념식 개최·천년 역사바로세우기·천년 전라도 특별방문의 해 개최·문화예술로 맞는 개도 천년 등 관련사업에 착수했다.



한반도 움직인 ‘역사의 땅’



전라도 정도 1천년의 역사적 의미는 장구한 세월 만큼이나 광활하고 웅숭깊다. 따라서 단순한 역사적 기념일로 인식해서 일회성 이벤트로 끝내서는 안된다. 정도 천년을 계기로 베일에 가려진 천년의 역사를 바로 세우고 아직도 존재하고 있는 호남에 대한 잘못된 국민적 인식을 제고하며, 호남을 한반도 경제와 문화 교류의 중심지로 육성하기 위한 국가프로젝트를 수립해야 한다.

이를 위해 광주매일신문은 올해 초부터 ‘광주·전남 미래 천년을 열자’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광주전남연구원, (사)한국학호남진흥원과 함께 전라도 정도 1천년 토론회와 기획시리즈를 진행하고 있다.

필자는 여기에 덧붙여 고려시대 이래 전남의 수도로서 자리하면서 찬란한 남도문화를 꽃피운 천년도읍 나주를 재발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오랜 세월 전라도의 중심도시는 각각 전주와 나주였다. 오늘날 전주는 여전히 전라북도의 거점도시로 위상을 확고히 하고 있지만, 나주는 1896년 관찰부가 광주로 이설하면서 구심력을 잃고 주변도시로 머물러 있다. 전남의 수도가 나주에서 광주로 옮겨간 계기는 당시 단발령에 맞서 유생과 향리들이 을미의병을 일으켜 조정에 극렬히 저항한 때문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영산강을 품고 있는 나주는 삼한시대 이래 전남의 심장으로서 풍성한 생산력을 바탕으로 역사의 한 지평을 열었다. 삼한시대에는 독특한 옹관고분사회를 형성하였으며, 고려시대에는 왕실과 밀접한 지역으로 주도권을 누렸고, 조선시대에는 사족세력의 활동이 활발해 다수의 서원건립, 향약과 동약의 실시, 많은 문인을 배출했으나 사화(士禍)를 입기도 했다. 임진왜란 때에는 최초로 의병을 조직해 ‘약무호남’의 진면목을 보여주었다. 이어 근대에 들어오면서 일본의 침탈에 맞서 의병활동, 농민운동을 맹렬히 전개하였고 광주학생독립운동의 도화선이 되는 등 민족운동의 선봉에 섰다.

뿐만아니라 나주를 본관으로 하는 성씨가 60개에 이를 만큼 씨족 결합이 활발한 고장이다. 그래서 오늘날 역사학자들은 나주를 ‘역사의 땅’이라고 부르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현대적 가치 불어넣어야



이처럼 ‘역사의 땅’ 나주는 아직도 그 발자취가 선명히 남아있지만 전남의 소도시의 하나로 묻혀버린 채 천년세월이 잉태한 문화콘텐츠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 전라도 정도 1천년을 맞아 전남의 수도로 자리매김했던 나주의 역사적 가치를 재조명하는 작업은 매우 의미있는 일로 생각된다.

나주시가 간직하고 있는 역사문화콘텐츠는 ‘천년고도’답게 무궁무진하다. 그러나 대부분의 연구와 인식의 범주가 역사적 테두리 안에서만 맴돌아 현재와 접목되지 못한 채 대중 속으로 흡인되지 못하고 있다. 현재적 삶과 결부된 살아있는 문화유산으로 되살려 향유하는 접근방법이 필요한 이유이다.

현대역사의 중심에서 밀려난 천년고도 나주의 역사적 위상을 재건하고 곳곳에 산재한 역사문화자원을 재조명해 현대적인 가치를 불어넣는 것이다. 이러한 성과물은 나주시가 현재 추진하는 도시재생에 지렛대 역할을 하고, 광주 아시아문화도시에 풍성한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나주는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인 ‘빛가람’에 한국전력 등 16개 공공기관이 둥지를 틀면서 새로운 중흥의 기회를 맞고 있다. 천년 고도의 역사문화콘텐츠를 혁신도시의 새로운 에너지와 결합해 웅비의 나래를 펼칠 때이다.

그동안 주목받지 못한 ‘천년고도 나주’의 깊고 그윽한 역사의 지층을 재조명해 그곳에 깃든 선조들의 얼과 삶을 이해하고 그 흔적들을 문화자산으로 가꿔 도시발전의 원동력으로 활용하는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 그리고 그 성과물은 나주 도심재생사업과 아시아문화도시 광주와 연계해 아시아 전체로 전파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