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2시간 배달 과로 시달리는 집배원
서광주우체국 집배원으로 근무하던 고(故) 이길연씨가 회사의 비인간적 처우에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지 1주기가 됐다. 이씨는 지난해 9월 교통사고 후 몸이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회사로부터 출근을 종용받자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이씨는 그가 출근하더라도 불편한 몸 때문에 동료들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에 세상을 등진 것이다.
이 씨는 죽기 전 “두렵다. 이 아픈 몸을 이끌고 출근하라네. 사람 취급 안 하네.”라고 쓴 유서를 남겨 그의 심적 고통의 크기를 짐작케 한다.
이씨가 세상을 등진 지 1년이 지났지만 집배원들의 근무여건은 크게 나아지지 않고 있다.
광주우정사업본부 소속 집배원은 총 600여명으로, 집배원 1명당 2,500-3,000 세대를 담당한다. 더욱이 추석이 다가오면 택배물량이 폭증해 과로를 피할 수 없다. 추석 시즌이 되면 광주 집배원들은 오전 7시에 출근해 오후 8시가 넘어서 퇴근하고 있다.
사측이 추석기간 위탁업체를 모집해 집배원들의 업무 부담을 덜겠다고 했지만 현재까지 모집이 지연되고 있다. 뒤늦게 모집이 이뤄진다고 해도 추석이 지나고 나서야 투입된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달 30일에는 거창우체국 소속 한 집배원이 배달을 하다 교통사고로 숨졌다.
이번 사고도 집배인력 부족에 따른 인재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집배노조에 따르면 지난 한해 동안 19명이, 올해 현재까지 14명의 집배원이 노동현장에서 죽음을 맞이했다.
장시간 노동에 따른 집배원 과로사·과로자살이 늘면서 지난해 8월 전문가 6인과 우정사업본부 노사 각 2인씩 10인으로 구성된 집배원 노동조건 개선 기획추진단이 출범했다.
추진단은 지난 1년간 집배원 장시간 노동과 노동조건 전반을 조사했다. 사망사고를 막기 위한 정책권고안을 준비하고 있다. 그런데 증원 규모를 놓고 노사가 이견이 보이면서 권고안을 확정하지도 못하고 있다.
우정사업본부는 인력 부족으로 시간에 쫓기면서 일하는 집배원들이 더 큰 위험에 노출되지 않도록 부족한 현장인력을 즉각 증원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