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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수 주필의 장가계 이야기

 

 

 

협곡 사이 구름 휘감긴 봉우리들 ‘한 폭의 산수화’

천하제일교·황룡동굴·보봉호 등 태고의 신비함 그대로
잦은 기상변화…비·안개 잦아 비경과 숨바꼭질 아쉬움

  • 입력날짜 : 2019. 02.07. 18:23

 

필자는 지난 1월말 4박6일간 중국 호남성 장가계를 다녀왔다. 장가계는 석회석이 풍화작용에 의해 빚어낸 수직 봉우리들이 마치 한 폭의 산수화를 펼쳐놓은 듯 아름다워 한국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곳 가운데 하나다. 여행은 낯선 것들과의 만남에서 즐거움을 얻는다. 여행지에서 보고 들은 이야기를 정리해 싣는다.<편집자 주>

장가계 천문산사 천왕전 앞에서 포즈를 취한 필자. 천문산은 커다랗게 구멍이 뚫린 바위가 있어 마치 하늘로 향하는 문을 연상케 한다.


중국 호남성 서북부에 위치한 장가계(張家界)는 한국 관광객이 가장 선호하는 관광지 가운데 하나다.

지각운동으로 해저가 융기해 육지가 된 후 잦은 비에 의한 침식과 풍화작용으로 수직 봉우리들이 만들어져 마치 한 폭의 산수화를 보는 듯 하다. 이 장관을 보기 위해 한국 관광객들이 사시사철 이곳을 찾고 있다.

필자는 인천에서 비행기를 타고 호남성의 성도인 장사에 도착해 버스로 4시간30분을 이동해 장가계에 여장을 풀었다. 전세기를 이용하면 장사를 거치지 않고 직접 장가계로 들어올 수도 있다.

장가계란 지명은 한나라 때 장량(張良)이 이곳으로 도망 와 살았다 해 붙여진 것이라고 한다.

장가계는 계림, 곤명 등에 비해 개발이 늦어져 뒤늦게 각광을 받고 있지만 1992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될 정도로 독특한 경치를 자랑한다.

우리 일행을 안내한 가이드는 흑룡강성 하얼빈 출신 조선족 3세로 대학졸업 후 중국 삼성공장에 근무하다가 그만두고 이곳에서 5년째 관광객을 맞이하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황룡동굴에는 갖가지 모양의 석순이 자라고 있다.


장가계는 연중 한국관광객이 물밀 듯 오기 때문에 가이드뿐 아니라 쇼핑센터 직원들도 대부분 조선족이며, 가게 상인들 역시 한국어 한 두마디 쯤은 구사한다. 물건을 살 때도 한국 돈이 자유롭게 통용될 정도로 한국관광객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장가계 관광지구인 무릉원은 국가삼림공원, 삭계욕 풍경구, 천자산 풍경구 등 세 개의 권역으로 나뉘어져 있다. 이들은 서로 인접해 있고 산책로로 연결돼 있어 전체를 둘러보려면 최소 4-5일은 소요될 정도로 넓고 크다.

첫날 코스는 장가계의 혼 또는 신산(神山)으로 불리는 천문산이었다. 케이블카를 타고 해발 1천300m 정상을 오르면서 아래를 굽어보니 협곡이 아찔하게 펼쳐진다. 산정에 도착해서 절벽을 깎아 만든 산책로를 따라 걷는데 일부 구간에 유리다리를 만들어 놓아 스릴을 자아낸다.

이튿날은 무릉원 풍경구 중 개발이 가장 늦어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한 천자산을 케이블카를 타고 올랐다. 여기에는 중국 10대 장군으로 추앙받는 하룡장군을 기리는 하룡공원, 선녀들이 꽃바구니를 들고 꽃을 뿌리는 모습과 같다하여 붙여진 선녀산화, 황제가 던져놓은 붓과 같은 형세를 지닌 어필봉이 볼거리였다.

이어 원가계 풍경구로 이동해 두 봉우리가 자연스레 다리처럼 이어진 천하제일교, 혼을 잃을 만큼 비경을 자랑하는 미혼대를 관람했다.

셋째날은 석회석이 녹아내려 형성된 황룡동굴을 탐방했다. 한 농부가 발견해 세상에 알려진 이 동굴은 수직높이가 120m에 달해 지하도시를 연상케 한다. 동굴안에는 갖가지 모양의 종유석과 석순이 자라고 있어 감탄을 자아낸다. 동굴 안에는 고인 물이 호수를 이루어 보트를 타고 이동하는 색다른 체험이 인상적이었다.

동굴을 나와 좁은 협곡 사이로 귀암괴석과 소나무 군락으로 이뤄진 수직 봉우리들이 늘어선 십리화랑과 유리알처럼 맑고 차가운 물이 흐르는 금편계곡, 그리고 장가계 출신의 유명한 화가 이군성의 사석화박물관을 둘러봤다.

계곡에는 원숭이들이 무리지어 야생으로 지내면서 관광객들의 비닐봉지에 담긴 음식물을 낚아채가기도 한다.


이 가운데 십리화랑 산책로 주변에는 원숭이들이 무리지어 야생으로 지내면서 관광객들과 어울려 살아간다. 관광객들이 던져주는 간식에 입맛이 길들여진 원숭이들은 종종 비닐봉지에 담긴 음식물을 기습적으로 달려들어 낚아채가기도 한다.

마지막 날은 무릉원의 수경 중 대표작으로 꼽히는 호수 보봉호를 유람선을 타고 관광하였다. 좁은 협곡을 막아 만든 반인공 반자연 호수로 길이가 2.5㎞, 수심 100m로 가운데 녹색의 섬이 있어 경치가 아름답다. 또한 배가 지나가면 호수 가장자리에 떠 있는 배안에서 젊은 남녀가 나와 전통 토가족 노래를 불러준다.

중국에는 ‘장가계를 보지 않고 중국을 봤다고 말하지 말라’는 속설이 있다고 한다. 장엄한 산수비경을 바라보면서 조물주의 위대함을 다시 한번 느껴보는 여정이었다.

한편, 장가계 여행에서 고려해야 할 사항 몇 가지를 살펴본다.

우선 기상변화가 심해 비와 안개가 잦아 경치를 제대로 볼 수 없는 상황을 염두에 둬야 한다. 또 쇼핑센터 방문시 가격과 품질을 꼼꼼히 따져보고 구입하는 것이 좋다. 가격표시는 있으나 흥정에 따라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끝으로 비행기 이륙시간이 지연되는 경우가 많아 인내심을 필요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