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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담직필

시민의 발’ 시내버스를 업그레이드하자

시민의 발’ 시내버스를 업그레이드하자

  • 입력날짜 : 2019. 03.04. 19:10

시내버스는 ‘시민의 발’이자 그 도시의 얼굴이다. 광주시민들 가운데 3분 1은 매일 한번 시내버스를 이용한다. 외지방문객들이 광주에 대한 첫 인상을 느끼는 곳도 시내버스와 같은 대중교통이라 할 수 있다. 지난 겨울 긴 혹한 속에도 서민들은 출퇴근 등 외출시 시내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시민들에게 시내버스 서비스 수준은 광주시정을 피부로 느끼는 체감지수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선진국일수록 시내버스 서비스에 가장 많은 신경을 쓴다.

시내버스는 ‘도시의 트레이드마크’

뿐만 아니라 시내버스는 그 도시의 문화와 색깔을 입혀 도시마케팅의 수단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영국 런던의 빨간색 2층 버스는 런던의 트레이드마크가 되고 있다. 파리의 시내버스도 뚜렷한 특색은 없지만 청결하고 친절하기로 유명하다. 광주와 인구가 비슷한 뉴질랜드 오클랜드 시내버스는 한번쯤 타본 사람이라면 신선한 감동을 안겨준다. 기사가 친절한 것은 물론이요, 전기차여서 정숙하고 특히 하차벨(누름단추)이 특이해 독특한 인상을 심어준다. 줄을 당겨 방울소리를 내도록 하는 방식이다. 마치 옛날 우리나라 시골 구멍가게에서 손님이 주인을 부를 때 당기는 방울소리 줄을 연상시킨다.   
이처럼 선진국 도시들은 시내버스를 저마다의 방식으로 시민과 외지인들에게 친숙하도록 대중교통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민선7기 광주혁신위가 제시한 시내버스혁신안의 골자는 시내버스 배차간격을 줄이고 도시철도와의 환승편의성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세부적으로는 버스정보 안내 단말기를 2022년까지 560개 추가 설치해 설치율을 50%까지 확대하고, 무장애 정류장도 2021년까지 60곳을 추가 조성해 105개로 늘린다는 방침이다.
광주 시내버스는 지난 2007년 준공영제 시행 이후 매년 수백억원의 시민혈세가 지원되고 있다. 2016년말 508억원이 지원된데 이어 2017년말 522억원, 2018년말 639억원 가량(잠정)이 지원됐다. 지난해 100억원 이상 크게 증가한 원인은 주 52시간 근로 특례조항 개정과 최저시급 인상 등으로 인건비가 70억원 가량 늘어난데다 연료비가 인상된 결과 때문이다. 또한 차고지 환경개선과 운전원 처우 및 복지개선 등에 별도의 예산이 지출됐다. 명목요금이 1천250원(일반인·교통카드 기준)이지만 실제 시민들의 부담액은 훨씬 많은 셈이다.

기능과 멋, 문화가 있는 버스승강장

 그렇지만 시민들의 시내버스에 대한 만족도는 나아지지 않고 있다. 승강장 통과, 승하차 거부, 불친절, 배차시간 미준수 등 불편신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에따라 광주시는 지난달 불친절한 시내버스와 택시에 대해서는 성과이윤 배분을 대폭 축소하는 등 친절도 향상을 위한 고강도 혁신방안을 내놓은 바 있다. 친절도 향상 기본방향은 시민들의 평가결과에 따라 우수회사에 대해서는 인센티브를 과감히 확대하고, 친절도 상위와 하위 회사의 성과이윤 배분 격차를 2배에서 3배로 늘리는 등 패널티를 대폭 강화한다는 것이다.
이용섭 광주시장이 최근 혁신위에 시내버스 승강장 디자인을 새롭게 바꿔보라는 주문을 했다고 한다. 광주혁신위에서 제시한 시내버스 운영 시스템 개선방안을 구체화하기 위한 조치로 보여 기대가 크다.
현재 유개승강장은 말 그대로 덮개만 있는 단순구조로 돼 있어 좁고 투박하다. 특히 혹서기나 혹한기 승강장은 그야말로 무방비 상태여서 장시간 대기하는 게 여간 힘든 게 아니다.
한국은 2002년 한일월드컵을 계기로 화장실 문화를 획기적으로 바꿔놓은 바 있다. 지금도 화장실은 계속 진화하고 있다. 하지만 시내버스만은 진화하지 못하고 있다.
올해 7월 광주세계수영대회도 열리는 만큼 기능과 멋, 문화가 어우러진 ‘광주형 시내버스’ 모델을 만들어낼 필요가 있다. 획일적인 승강장 디자인보다도 다양한 형태의 특색을 살린 승강장이면 좋다. 디자인을 공모해도 좋을 것이다.
룸(room)과 오픈 부스(open booth) 2칸 구조로 만들어 10분 이상 기다려야 하는 노선 승객은 룸안에서 대기하고, 5분 이내 대기승객은 오픈 플로어에서 기다렸다가 타면 대기시간의 지루함을 해소하면서 승객들이 뒤엉키는 혼잡도 사라질 것이다. 또한 시내버스 광고판에는 문학적 감성이 깃든 문구나 캐치프레이즈를 부착하면 더욱 친근감을 느낄 것이다.
실행과정에서 빅데이터를 활용해 새로운 개선요인을 찾아 지속적으로 서비스 질을 높여 친근한 ‘시민의 발’이 돼 주길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