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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담직필

‘섬 경제권’ 시대를 열자

‘섬 경제권’ 시대를 열자
박준수의 청담직필

  • 입력날짜 : 2018. 09.03. 18:55

섬은 흔히 바다 한 가운데 고립된 영토로 이해된다. 혹은 반대로 낭만과 환상이 깃든 미지의 땅으로 인식된다. ‘그 섬에 가고 싶다’는 어느 시인의 싯구처럼 욕망의 낙원으로 표출되기도 한다. 이처럼 섬은 태생적으로 역설적인 이미지를 품고 있다. 유엔해양법협약은 섬을 ‘물로 둘러싸여 있고 밀물 때에도 수면 위에 자연적으로 형성된 육지 지역’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섬은 총 3천348개나 된다. 특히 전남은 가장 긴 해안선과 가장 많은 섬을 가지고 있는 해양왕국이다. 전남에 속한 섬은 2천165개로 전국 섬의 65%를 차지하고 섬을 둘러싼 경제수역은 44만㎢로 국토면적의 4배이다. 또한 전남의 유인도는 279개, 무인도는 1천886개이다.

21세기는 ‘해양의 세기’라 할 만큼 섬과 바다에 무한한 가능성이 존재한다. 그동안 인간 활동이 육지를 중심으로 이뤄졌지만 과학기술의 발달로 섬과 바다로의 접근이 용이해지면서 섬과 바다가 신대륙으로 인식될 만큼 세계 각국이 해양진출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육지중심의 공간인식을 섬을 통해서 되돌아보고 섬과 바다를 포괄하는 새로운 공간인식 패러다임 창출이 필요하다.



전남에 속한 섬은 2,165개



때 맞춰 정부에서도 섬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섬을 ‘국가의 성장동력’으로 만들 것을, 문재인 대통령은 다도해를 ‘국가의 미래자원’으로 만들 것을 약속했다. 세계 최초로 ‘섬의 날’(8월8일)이 국가기념일로 제정됐고, 총리실은 섬의 발전을 이끌어갈 (가칭)‘섬발전연구진흥원’ 설립 계획을 발표했다. 아울러 제4차 도서종합개발계획이 시행되면 그동안 소외된 섬지역이 새로운 문명의 시대를 맞이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가운데 전남도가 ‘국립 섬 발전 연구진흥원’ 유치에 발벗고 나선 것은 시의적절한 대응이다. ‘국립 섬 발전 연구진흥원’은 육지와 차별화된 생태, 문화, 관광 자원을 보유한 섬에 대해 국가 전략적 차원에서 체계적 연구와 자료 축적 등을 위한 섬 발전 종합연구기관 설립 필요성을 전남도에서 제안해 현재 행정안전부에서 설립 타당성 용역에 나서고 있다.

섬의 지속가능한 개발가능성을 탐구하고 토착지식을 활용한 지역자원의 생산경제 시스템 개선, 자연자원과 지역 고유성이 반영된 다도해 관광개발 등에 관한 정책을 기획하고 연구하는 기관이 해양왕국 전남에 들어서야하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필자는 지난 8월 중순 여름휴가를 맞아 신안 자은도를 다녀왔다. 지난 2010년 한일병합 100년을 맞아 암태도 소작쟁의 취재차 방문한 이후 8년 만이다. 오랜만에 압해도 송공항에 와보니 주변 풍경이 사뭇 달라져 있었다. 압해도와 암태도를 연결하는 거대한 다리(가칭 ‘새천년대교’)가 거의 완공 직전의 모습이다. 가운데 상판 일부를 남겨둔 채 완전한 다리의 형태를 갖추고 위용을 드러냈다. 이 다리는 올 연말 개통 예정이지만 이번 추석부터 사람 통행이 가능할 것이라고 한다.

신안 압해도 송공항에서 배를 타고 30분 걸려 암태도에 도착해 승용차를 이용해 암태, 자은, 안좌, 팔금 등 인근 4개 섬을 둘러보았다.



‘다이아몬드 제도’ 개발 꿈틀



이들 4개 섬은 마름모 형상을 띠고 있어 ‘다이아몬드 제도’로 불린다. 4개 섬이 서로 다리로 연결돼 하나의 생활권을 이루고 있고, 정주인구를 모두 합치면 1만 명에 이를 정도로 규모가 크다. 섬이지만 드넓은 농지와 산이 솟아있어 ‘바다 산중’으로도 불린다. 해송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해변과 숨은 전설 등 섬의 다채로운 속살을 들여다 볼 수 있었다.

이제 ‘새천년대교’가 개통되면 다이아몬드 제도는 육지와 다름없이 자유로운 통행이 가능하다. 이들 섬이 외부와 연결되면 목포를 중심으로 하는 서남권에 엄청난 변화가 예상된다. 섬이 가지고 있는 흡인력과 육지가 가지고 있는 구매력이 결합되면 새로운 ‘섬 경제권’이 탄생할 수 있으리란 기대감 때문이다. 특히 섬에 유독 호기심이 강한 중국 관광객을 무안국제공항을 통해 유치하면 국제적인 명소로 발돋움할 수 있다.

섬의 역사, 고고와 민속, 구비문학과 생활문화, 생태와 관광 정책 등 다양한 관점에서 도서개발이 필요하다. 전남도는 ‘가고 싶은 섬 가꾸기’ 등 섬 개발 정책을 선도적으로 추진해오고 있다. 해양왕국 전남이 새로운 섬 경제권을 구축하기 위해서 국립 섬 연구기관과 2019년 최초 개최되는 섬의 날 행사 유치는 필수적이다. 지역의 섬 전문가는 물론 지역 국회의원, 언론 등과 유기적 협조체계를 구축해 섬 경제권 구축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본사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