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충제로 비둘기 떼죽음 시민정서 해친다
평화의 상징이자 광주시의 시조(市鳥)인 비둘기가 누군가의 살충제 테러로 떼죽음을 당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비둘기 사체는 지난 1일 오전 9시 15분께 동구 남광주 고가도로 인근에서 발견됐다. 광주 동구청은 주민 신고를 받고 현장에 나가 숨진 비둘기 62마리를 수거해 야생동물 질병 관리기관에 정밀 분석을 의뢰했다. 국립환경과학원과 광주시 보건환경연구원이 정밀 분석한 결과 비둘기 사체에서 기준치 이상 카보퓨란(carbofuran)이 나왔다. 비둘기 소화기관에 남아있던 음식물에서 치사량 수준의 카보퓨란이 공통으로 검출됐다.
비둘기는 한때는 평화의 상징으로 광주공원에 마련된 보금자리에서 집단서식하며 충혼탑 광장에서 화려한 군무를 펼치던 추억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지금도 광주시의 시조로 지정돼 있다. 광주시청 홈페이지에는 ‘평화를 상징하는 길조로 화합과 안정을 추구하는 광주시민의 정서를 상징한다’고 적혀 있다.
그러나 환경부가 2010년 3월 비둘기를 ‘유해조류’로 분류해 도심서식을 차단하라는 지침을 내리면서 돌연 길거리로 내몰리게 됐다. 그리고 야생성 보호차원에서 사료를 주는 행위를 금하는데다 광주공원 주변 음식점들이 철거되면서 먹이감이 사라져 광주천변 등에 노숙자 신세가 되었다. 광주천변에는 강바람에 젖은 날개를 햇살에 쬐고 있거나 외진 다리 아래에서 먹이를 찾고있는 비둘기를 종종 볼 수 있다.
비둘기는 배설물이 건물과 시설물의 부식을 촉진하다는 이유로 언젠가부터 퇴치의 대상이 되었다. 유럽에서는 불결하고 전염병을 옮긴다는 이유로 ‘날개달린 쥐’로 부르며 혐오동물로 간주하고 있다.
그러나 ‘평화의 물결 속으로(Dive into Peace)’를 슬로건으로 열리는 광주세계수영대회를 코앞에 둔 시점에서 평화의 상징이자 광주시의 시조인 비둘기에게 테러를 가한 것은 예사롭지 않은 일이다. 동물학대뿐 시민정서를 해치고 도시이미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범인을 찾아 동기를 밝혀내고 이같은 흉흉한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비둘기에 대한 평가가 달라진 만큼 언젠가 광주를 상징하는 시조(市鳥)도 바꿔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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