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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여행기

중국 계림 기행문

중국 계림 기행문


신선이 나올 듯한 무릉도원 ‘천고의 비경’
3만6천 개 봉우리와 1백리 이강 어우러져
“가장 중국적이고 아름다운 명승지” 감탄


중국은 땅이 넓은 만큼 풍광이 빼어난 곳도 많다.
중국에서 아름다운 산수로 유명한 곳 가운데 하나가 계림이다. 계림은 광서성 장족자치구의 동북부에 위치한 도시이다. 계수나무가 많은 데서 계림이라 불리우게 되었으며 연중 기후가 온화하다.
계림 관광의 매력 포인트는 무수히 많은 기이한 봉우리들이다. 우리를 안내한 현지가이드는 “계림의 풍광을 100으로 한다면 산이 80이고, 물과 논이 각각 10이다”고 설명했다. 계림 일대에는 150-200m에 달하는 탑 모양의 봉우리들이 무려 3만6천개에 달한다. 카스트로 지형으로서 지각변동으로 인해 해저가 기형적으로 돌출하여 지금과 같은 특이한 봉우리가 솟아났다고 한다. 시내 어느 방향에서나 열을 지어 서 있는 삼각 봉우리들을 흔히 만날 수 있다.
중국에서 기암괴석이 유명하기로는 장가계가 일품이다. 하지만 계림이 장가계와 다른 점은 물이 많아 산과 잘 조화된다는 점이다. 계림은 도시 한 가운데로 이강이 굽이굽이 흐르고 있어 마치 한 폭의 동양화를 보는 듯하다. 이강의 물길은 1백리(430㎞)가 넘는다.
계림의 명승을 설명하는 말 가운데 가장 인상적인 것은 ‘이강에서 배를 띄우고 고기를 잡는 사람이 될지언정 신선은 안한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이강의 운치가 신선을 마다할 만큼 아름답다는 비유적 표현이다. 그래서 예로부터 계림의 풍광은 시인묵객들의 글과 그림의 소재가 되었다.

 

 

이강의 운치에 일상의 번뇌 훌훌

 

계림은 중국 사람들이 많이 찾는 관광지이다. 시내 어디를 가나 관광객이 넘쳐난다. 한국 등 외국관광객도 상당수이지만 중국 관광객들이 더 많은 편이다.
계림 관광은 죽강(竹江)에서 유람선을 타고 이강 주변 풍광을 둘러보는 것으로부터 시작되었다. 강은 바닥이 훤히 들여다 보일 만큼 깊지 않아 굳이 구명조끼를 입지 않아도 된다. 유람선에서 바라보니 동양화나 사진에서 본 듯한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강물은 산 그림자를 풀어 헹구듯 푸르스름하고 고즈넉하다. 일상의 번뇌를 훌훌 벗어던지고 평화로움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순간이다. 그 느낌을 모아서 또 시 한편을 적어본다. 

 

이강에서

 

먼 이국 땅 계림에 와서
천년 산수 화폭을 꿈속인 양 보았네
느린 물결 산 그림자 하나씩 불러내 풀어 헹구듯
때론 가까이 때론 저만치서
강가에 엷은 노랫소리 마음을 허물고
가을날 바람은 여기에 다 모였네
산이듯 강이고
강인듯 바람인 이강에서
나룻배 사공이 되어
백리 물길을 다 둘러보고
남은 가을을
그리운 임 기다린다면
외로울 일이 무엇이랴

유람선 관광을 마치고 관암동굴로 향했다. 이강을 따라 관암으로 가는 길은 경치도 아름답거니와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봉미죽(鳳尾竹)이 눈길을 끈다. 대나무 모양이 봉황의 꼬리를 닮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관암동굴은 중국 최고 규모를 자랑하며 3억년의 신비를 간직하고 있다. 동굴 안에는 꼬마열차를 타고 이동하는데 십자가를 짊어진 예수님의 형상을 비롯 악어, 독수리, 복숭아 등 각양각색의 종유석을 볼 수 있다.

 

서양사람 북적이던 양삭 서가시장


계림시에서 1시간 30분 가량 떨어진 곳에 양삭(陽朔)이란 작은 현이 있다. 양삭은 장족, 동족, 요족, 묘족 등 4개 소수민족이 집단거주하는 자치구이다.
그래서 농경생활을 위주로 살아오며 고유한 풍습을 이어온 소수민족의 문화와 전통이 짙게 남아 있다. 여인들이 전통복장을 한 채 둘러앉아 노는 모습 등 저마다의 춤과 노래로 생활상을 그대로 재현해 관광객들에게 볼거리를 선보인다.
특히 등에 손을 얹고 기차놀이를 하듯 꼬리를 물고 돌며 민요를 부르는 장면은 마치 우리나라 강강술래를 연상시킨다. 또한 젊은 처녀가 마음에 드는 총각에게 공을 던져 구애하는 퍼포먼스를 관광객들과 함께 함으로써 즐거움을 배가시킨다.
양삭은 특히 호수를 중심으로 전원 속 낙원이라 불리는 세외도원이 인상적이다. 배를 타고 호수 주변을 유람하면 연분홍 복숭아꽃이 만개한 밭과 마을 풍경을 만나게 된다. 온화한 기후와 어우러진 호수는 도원명이 말한 무릉도원이 바로 이곳이 아닌가 착각할 만큼 은일한 신비로움이 느껴진다.
호수로부터 멀지 않은 곳에는 관광형 전통시장인 서가시장이 있다. 예전부터 서양사람들로 북적거렸다고 해서 서가(西街)시장으로 불리우고 있다.
규모로 보면 광주 양동시장에 버금갈 정도로 큰 시장이다. 중앙대로를 중심으로 양편에 상점들이 촘촘히 늘어서 있다. 가게마다 형형색색 다양한 상품들이 진열돼 있어 호기심을 불러 일으킨다. 공예품에서부터 골동품, 장난감, 의류, 가방, 신발, 과일, 먹거리까지 온갖 물건들이 넘쳐난다.
양동시장이 관광형 시장으로서 정체성을 부각시키려면 골동품, 민속공예품, 보석세공 등 볼거리 위주의 가게가 구색을 갖추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강을 무대로 한 ‘인상 요산제’ 공연

 

계림에서 산수 못지 않게 압도적인 볼거리는 ‘인상 요산제’이다.
계림의 기이한 봉우리들이 한 폭의 산수화라면, ‘인상 요산제’는 한 편의 생생한 실물영화이다.
중국이 낳은 세계적 거장 장예모 감독이 연출한 ‘인상 요산제’는 인간 상상력의 극치를 보여준다.
이강과 주변 봉우리를 하나의 세트장으로 만들어 웅장한 스케일의 서사시를 생동감 있게 연출한 걸작이다. 출연진만 해도 600명이 등장하는 블록버스터 공연이다. 300명은 장예모 감독이 운영하는 아카데미 수료자들이고 300명은 현지 주민들로 이루어져 있다.
약 1시간 동안 강과 산을 무대로 펼쳐지는 공연은 이강 주변 소수족 농민의 생활상을 집단 뮤지컬 형식으로 표현한 대작이다.
관객들은 1시간 동안 기발한 특수효과와 대규모 출연진이 어우러져 스펙터클한 장면을 숨죽이며 지켜본다.
마을주민들이 이강에서 그물을 던져 물고기를 잡는 장면, 산기슭에서 소를 끌고 밭을 가는 모습 등을 사실적이면서도 생동감 있게 그려낸다. 또한 농민들이 집단으로 춤을 추고 노래 부르는 장면, 젊은 남녀의 만남을 아름다운 서사시로 풀어냈다.
이 공연은 2006년 처음 시연된 이래 13년째 인기가 시들지 않고 지속되고 있다. 1년중 단 4일을 제외하고 일년 내내 공연이 진행된다. 하루 2회 공연에 3천명이 관람석을 가득 메운다.  
이 공연을 본 사람들은 한결같이 기상천외하면서도 아름다운 계림의 서정에 감탄사를 연발하며 오랜 여운을 간직한다.

 

우산공원의 장개석 별장 눈길

 

 

이강의 기슭에는 기이한 모양의 복파산이 있다. 중턱에는 공원과 후한시대 마원장군을 기리는 정월사가 있다. 복파산의 정상까지 올라 갈 수 있으며, 이곳에서 보는 경치가 최고이다. 산의 남쪽으로 내려오면 환주동과 천불애 등 볼만한 것들이 많다. 인근에는 산의 표면이 마치 비단을 포개어 놓은 것과 같은 첩채산이 있다. 첩채산 명월봉에 오르면 계림 시내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어 장관이다. 첩채산에는 석가상이 있고 바로 옆에는 풍동이라는 동굴이 있다. 동굴 안의 벽화에는 청나라시대 시겨진 시와 그림이 있다. 
계림시내 칠성공원에는 낙타바위가 유명하다. 클린턴 미국대통령이 낙타봉 앞에서 환경보호를 주제로 연설을 해 더욱 유명해졌다.
이밖에 우산공원에는 장개석 별장이 눈길을 끈다. 이곳에는 장개석 총통이 머물면서 사용했던 사무집기와 침실, 그리고 사진 등이 보관돼 있어 역사의 뒤안길을 생생히 느낄 수 있었다.
계림 여행 마지막 날 저녁 이강에서 유람선을 타고 시내야경을 구경하였다. 약 1시간 가량 강을 돌며 주변 야경을 관람하는데 멀리 불을 밝히고 있는 건물과 산의 채색된 색다른 모습을 볼 수 있다.
가이드는 계림의 낮과 밤의 다른 모습을 여자의 얼굴에 비유했다. “계림의 야경이 여자의 화장한 얼굴이라면 낮은 화장을 지운 얼굴이다”는 것이다. 유람선에 올라 흘러가다 보면 종종 다리 밑을 통과하게 되는데 볼거리를 위해 파리 센강의 다리나 에펠탑, 미국 샌프란시스코 금문교 등 세계의 유명한 조형물을 모방해 눈길을 끈다. 또한 강 중간쯤에는 어부가 가마우지를 이용해 고기 잡는 장면을 직접 볼 수 있어 흥미로웠다. 그리고 강가 누정에는 전통복장을 한 소수민족 여성들이 무용과 함께 노래하는 모습을 연출해 흥을 돋운다. /중국 계림= 박준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