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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담직필

인공지능(AI)과 광주첨단단지의 교훈

인공지능(AI)과 광주첨단단지의 교훈 
 

내년이면 5·18 40주년을 맞는다. 당시 전남도청 앞 광장에서 시위를 주도한 대학생과 청년들은 이제 회갑을 넘긴 초로(初老)의 나이가 되었다. 동시대를 살아온 필자도 어느 덧 주름진 얼굴의 중년이 된 지금 깊은 감회에 젖는다. 그리고 당시 금남로에서 생생히 목격한 비극적 참상을 떠올리면 마음이 무거워진다.

불혹에 접어든 5·18을 회고하면서 우리 광주의 현실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광주시민들이 민주화를 외치며 피를 흘렸던 이면에는 독재권력에 의한 지역차별과 경제낙후에 대한 강한 불만이 내재해 있었다. 김대중이라는 정치적 추종 인물의 구원과 더불어 경부선을 축으로 하는 독재 개발체제에 대한 저항이 자리 잡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1987년 6월 민주항쟁 승리 이후 치러진 12월 직선제 대통령 선거에서 ‘1노3김’의 후보들은 한결같이 지역간 균형발전을 내세우며 호남지역민의 표심을 얻으려고 노력했다. 특히 신군부 출신 노태우 후보는 ‘서남해안시대’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호남지역의 개발 공약을 집중 부각시켰다.



지역주의에 발목 잡힌 백년대계



그러한 정치적 과정을 통해 탄생한 국가프로젝트 가운데 하나가 광주첨단과학산업연구단지(이하 광주첨단단지)이다. 대통령에 당선된 노태우는 ‘서남해안시대’의 공약 실천 방안으로 1988년 4월15일 광주시청 방문 때 광주첨단단지 개발 계획을 발표했다.

당시 우리나라는 2000년대를 눈앞에 두고 첨단산업 육성이 절실한 상황이었다. 더욱이 대덕연구단지가 완성단계에 이르러 새로운 연구단지 필요성이 대두되는 시점이었다.

이에 따라 전남대학교 지역개발연구소가 과학기술처로부터 용역을 의뢰받아 광주첨단단지 밑그림을 그렸다. 그 청사진의 골자는 1천만 평 광활한 부지에 교육, 연구, 산업, 주거기능을 동시에 갖춘 새로운 개념의 과학연구도시를 건설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제1 후보지로 광산구 임곡과 황룡강 일대, 제2 후보지로 비아·삼소동 지역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후 정부 부처 협의와 정치권의 논의과정을 거치면서 점차 칼질이 가해져 당초에 그렸던 청사진에서 크게 후퇴한 제2후보지 중심의 광주첨단단지 계획안이 확정되었다. 이 당시 정치권은 ‘전국토 기술지대망’이란 교묘한 논리로 광주만의 첨단단지 건설에 경계심을 드러내며 발목을 잡았다. 게다가 단지조성 이후에도 정치권의 무관심과 IMF사태 등 경제상황 악화로 표류를 거듭하며 상당기간 허허벌판으로 남아 있었다.

당시 전남대 지역개발연구소장이었던 송인성 전남대 명예교수는 “만일 광주첨단단지가 당초 계획대로 추진됐다면 미래지향적인 국가산업구조 개편에 핵심역할을 했을 것”이라며 “더욱 빨리 더욱 알차게 성과를 냈을 텐데 희석되는 바람에 결정적인 기회를 놓친 것”이라고 몹시 아쉬워 했다.



AI 창업단지 시행착오 없어야



다행히도 광주첨단단지는 GIST(광주과학기술원)의 꾸준한 연구성과와 광산업육성을 계기로 살아나기 시작해 오늘날 첨단산업의 중심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현재 광주첨단단지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다시 한번 도약의 기회를 맞고 있다. 광주시는 GIST와 함께 첨단 3지구에 2020년부터 2024년까지 5년간 총 사업비 4,061억원을 투입해 인공지능 중심 산업융합 집적단지 조성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인공지능 스타트업 창업 1천개를 유치해 고용효과 2만7천500명, 인공지능 전문인력 5천150명 확보 등 미래 경쟁력 강화 및 국민의 삶의 질 제고를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GIST와 산학과제를 수행하는 등 R&D 투자도 병행할 예정이다. 이 사업은 기업의 ‘죽음의 계곡(Death Valley)’ 극복을 위한 인공지능 기술창업 활성화를 목적으로 하며, AI 기반 혁신 창업생태계를 조성을 통하여 ‘AI+X(주력산업)’ 융합과 스타트업 활성화 그리고 세계적 수준의 AI 기업 육성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광주 AI산업단지 조성과 관련 현안 과제는 빠르게 변화하는 AI 산업발전 속도에 맞게 조속히 AI산업단지 육성법이 특별법으로 제정되는 것이다. 현재 국회에는 일반법과 개별법 형태 2가지 법안이 상정돼 있는데 일반법으로 제정하는 데는 여러 가지 난관이 있으므로 특별법으로 제정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광주 AI 집적단지 조성사업은 지역경제의 혁신성장을 가속화하고 국가 균형발전 달성에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다.

그런데 일부 정치권에서는 광주 AI 집적단지 조성사업에 부정적 인식을 가지고 예산배정과 사업추진에 딴지를 걸고 있다. 이번 만큼은 정치권도 국익차원에서 광주 AI 집적단지 조성사업의 발목을 잡아서는 안된다. / 본사 부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