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1) 썸네일형 리스트형 아버지를 회상하며 아버지를 회상하며 -매일신문 원고 나의 아버지는 2014년 6월 81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일제 강점기인 1933년 4월에 태어나 젊은 시절을 해방과 한국전쟁, 산업화 등 한국사회 격변기의 한복판에서 보내야 했습니다. 부잣집 아들로 태어나 배움이 적지 않았으나 일찍이 폐병을 앓게 되어 평생을 ‘한량(閑良)’으로 사셨습니다. 어릴 적 아버지는 곧잘 집을 비우셨습니다. 과수원 양철지붕이 태양에 이글거릴 때 탱자나무 울타리 너머 아득히 걸친 읍내 신작로에는 아버지가 탄 버스가 흙먼지를 날리며 사라졌습니다. 그러다 가끔 장날이면 도회지에서 돌아오는 버스에서 내리시는 아버지 모습을 보았습니다. 중절모에 코트 깃을 세운 신사 차림으로 신작로를 터벅터벅 걸어오셨습니다. 과수원에는 어린 복숭아 열매가 열병을..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