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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초등학교 선생님에 대한 인상(수정)

초등학교 선생님에 대한 인상(수정)

 

우리세대에게 있어서 초등학교 시절은 사회와의 첫 대면이라는 점에서 호기심과 두려움이 공존한다. 나의 초등학교 생활 역시 아련하지만 절절한 기억들이 가슴에 아로새겨져 있다.
누구나 비슷한 경험이겠지만 나의 눈으로 바라본 초등학교 생활을 한 페이지 한 페이지 넘겨본다.
1학년 때 기억은 입학식 장면이 선명하게 떠오른다. 어머니 손을 잡고 학교에 갔더니 선생님들이 반별로 다양한 색깔의 깃발을 들고 있었다. 내가 속한 반은 흰색깃발이었다. 가슴에 이름이 적힌 흰색리본이 달린 손수건을 가슴에 차고 1학년 생활이 시작되었다.
우리는 일주일간 교실에 들어가지 않고 운동장에서 수업을 진행했다. 수업이라고 해봐야 선생님의 호루라기 소리에 맞춰 하나, 둘 구령을 붙이며 교실과 화장실 등등 학교 이곳 저곳을 둘러보는 정도이다. 담임 선생님은 여자선생님이었다.
내가 속한 1학년1반은 두칸짜리 교실 중 하나에 배정되었다. 일제강점기인 1922년 9월에 개교한 학교여서 일제시대 건물구조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다. 건물 외벽이 콜타르를 칠한 검은 나무판자로 마감되었다. 그리고 두칸짜리 건물은 본관과 회랑으로 연결되었다.
2학년이 되면서 교실이 본관 건물로 이동했다. 2학년 선생님도 여자선생님이었다. 학교생활에서 특별한 기억은 없으나 종종 운동장에 있는 원탁모양의 책상에서 야외수업을 했다. 생활기록부를 보니까 2학년 선생님이 나에 대한 발달사항을 매우 희망적으로 써주었다. 모든 부분에서 고무적으로 써주셨다.
3학년 때에는 새로 지은 신관에서 공부하였다. 신관은 1층짜리 시멘트벽돌 건물로 창문은 바퀴가 달려 열고 닫기가 편했다. 겨울방학이 되면 학생들은 창문 레일을 뜯어다가 썰매를 만들었기 때문에 방학이 끝나고 등교를 하면 남아있는 레일이 거의 없었다.
담임 선생님은 여자선생님이었는데 매우 무서웠다. 당시 여학생들이 공놀이를 많이 하였는데 수업중에 공을 발견하면 빼앗아서 하이힐로 밟아 망가뜨렸다.
4학년 선생님은 근육질의 남자선생님이었다. 이 선생님이 집 근처 저수지로 낚시를 오셔서 친구가 나를 데리러 왔는데 내가 인사만 하고 도망갔다고 혼내신 분이다. 이 선생님의 활극이 생각난다. 어느날 봄 소풍을 가는 날이었다. 학교 운동장에 학생들이 가득 운집해 있었다. 그런데 어느 젊은 아저씨가 엿판 리어카를 운동장에 가져와 엿을 팔고 있었다. 남자선생님이 엿장사에게 운동장에서 나가라고 하였다가 실랑이가 벌어진 모양이다. 선생님이 갑자기 2단 옆차기로 엿장사를 가격하는 것이었다. 흙먼지가 날리면서 운집한 학생들이 우르르 피하는 광경을 본 순간 무섭고 크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날 그 엿장수가 무척 불쌍하게 생각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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