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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담직필

‘낭만주의’ 신문을 꿈꾼다

‘낭만주의’ 신문을 꿈꾼다

 

 

신문기사를 문예사조의 관점에서 보면 어느 사조에 속할까. 팩트(사실)를 기본으로 하니까 사실주의에 해당될까, 아니면 공정성과 객관성 등 보도규범에 충실해야 하므로 고전주의에 가까울까. 혹은 세상의 정보를 전달하고 시민을 일깨우는 측면에서 계몽주의일 수도 있겠다.

신문기사는 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글이므로 굳이 문예사조로 나눠보는 것이 무의미할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필자는 신문기사를 문예사조에 비춰본다면 낭만주의 경향을 지향하고 싶다.

문학이론상 낭만주의(Romanticism)는 창작과정에서 개인의 자유와 상상력을 추구한다. 규칙, 제도보다 경험과 직관에 의존한다. 이성과 지식보다도 체험에서 우러난 진실한 감정을 중요시한다. 그리고 민속 등 민족문화 전승에 관심을 갖는다. 뿐만 아니라 낭만주의 세계관은 완성된 세상이 아닌 새로운 세상 창조를 미학의 기본으로 삼는다. 세상은 옛 것과 새 것의 투쟁의 역사라고 보는 것이다.

 

새로움을 향한 사회적 투쟁

 

신문(news paper)은 말 그대로 새로운 정보나 소식을 전하는 매체이다. 새로운 세상을 위한 사회적 투쟁에서 선봉장으로 나서는 것이 당연한 임무이다. 그리고 그것은 사람의 행위를 통해서 가능하다.

그런데 우리는 IMF 이후 낭만을 잃어버린 채 살아가고 있다. 신자유주의 질서체제 하에서 자본의 위력이 커지면서 감정의 자유분방함을 억제하고 이성과 지성에 의해 계획된 삶을 살고 있다. 직관과 경험보다 규칙과 제도의 틀에 얽매어 있다. 일상의 삶을 옥죄는 규제들이 나날이 늘어나고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예전이 살기 좋았다’는 푸념을 곧잘 늘어놓는다.

낭만주의는 다양한 문화체험과 다양성을 지향한다. 획일적이고 구조화된 사회는 상상력을 발현하기 어렵다. 창조도시 원동력은 이질적 문화에 대한 개방성과 혼용성이다.

그동안 신문기사는 육하원칙(5W1H)과 역피라미드 문장구조를 고수해왔으나 최근에는 내러티브형 기사 또는 스토리텔링 기사로 진화하고 있다. 활자문화가 점차 퇴조하고 웹기반의 SNS 문화, 이른바 디지털저널리즘이 뉴스유통과 소비의 대세로 자리잡으면서 문장혁명이 일어나고 있다. 이 문장혁명의 기조는 앞서 언급한 낭만주의 특질과 궤를 같이 하고 있다. 디지털저널리즘은 종이와 활자의 결합에서 해방돼 실시간으로 뉴스를 생산하고 공급하기 때문에 즉시성과 직관을 요구한다. 이에따라 언어의 규범은 정형화에서 비정형화로 탈바꿈하고 있다. 마치 영국 낭만파 시인 W. 워즈워드가 귀족들의 언어가 어닌 일상어로 시를 쓰고 관념보다는 감정의 범람을 시의 강령으로 제시한 것처럼 저널리즘 문장이 새로운 문법의 구축을 요구받고 있다.

 

낭만주의 정신이 길잡이

 

현재 전 산업에 걸쳐 4차 산업혁명이 파급되면서 신문 등 미디어산업도 예외없이 뉴 노멀(new normal)을 겪고 있다. 더우기 코로나19로 인해 언론 상황은 점점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은 초연결사회, 융복합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종이와 활자시대를 뛰어넘는 디지털 플랫폼으로 전환, 초스피드시대에 걸맞게 실시간 정보전달의 메카니즘을 구축해야 한다. 미디어분야는 그동안 웹을 기반으로 폭발적인 변화가 진행돼 왔으며 그 모든 결과물은 스마트폰에 집약돼 있다. 뉴스시장의 트렌드를 분석해보면 모바일이 뉴스 소비의 중심 채널이며, 종이신문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뉴스를 모바일 환경에 적합하게 제작·유통해야 한다는 명제를 확인할 수 있다. 뉴스전달 방식도 유익하고 흥미적인 요소를 갖추돼 영상과 텍스트가 결합돼야 흡인력을 가질 수 있다. 플랫폼의 다양화를 통해 쇠퇴해가는 종이신문의 한계를 극복하고 수익기반 확대 및 매체영향력을 회복하기 위한 전제조건이다.

한편으로 매체로서 신문의 잠재력은 여전히 존재한다고 확신한다. 관건은 종사자들의 의식과 조직문화가 얼마나 진취적이고 창의적이냐가 핵심이라고 본다.

올해로 창사 30주년을 맞은 광주매일신문은 4차 산업혁명시대를 맞아 명실상부한 디지털시대를 선도하는 혁신적인 미디어로 새로운 길을 가고자 한다. 새로움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오래된 것을 사용하는 사회적 노력을 수반한다. 그 저변에는 낭만주의 정신이 길잡이 역할을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