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대학, 지역사회와 상생해야
박준수 시인‧경영학박사
지방소멸과 맞물려 지방 대학들이 존립의 위기를 맞고 있는 가운데, 교육부는 최근 지방 국립대학이 그동안 축적한 자원을 적극 활용해 지역 혁신거점 기관으로서 역할 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대학이 보유한 인적·물적·지적 자원을 지역사회의 각종 공공기관과 산업체, 교육기관 등과 연계 활용하는 노력을 주문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국립대학이 중심이 되어 지역 단위의 집단지성을 발휘하고, 변혁을 주도하는 고등교육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와 관련, 교육부는 다음과 같은 사항을 제시한 바 있다.
첫째, 다양한 학습자에게 문호를 개방하고 맞춤형 프로그램을 개발해 지역 혁신을 추동할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 둘째, 지식 생산과 고도화를 위한 학문 연구와 교류 기반을 지역사회에 대폭 개방하고 공유해야 한다. 셋째, 지역민 전 생애주기에 걸친 학습복지 실현을 위해 평생교육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실천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기존 경로인 ‘의존형 변화’를 넘어 ‘파괴적 혁신’에 준하는 시도가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촉구하고 있다.
대학의 학문 인프라 외부에 개방을
그러나 지방 국립대학들은 여전히 상아탑의 고고한 성채 안에 안주하며 지역사회의 혁신요구를 외면하고 있다. 특히 대학의 물적·지적 자원을 지역사회와 공유하려 하기보다는 비용문제와 보안시스템 등을 이유로 외부개방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매년 2월과 8월 말 졸업시즌이 되면 대학마다 새로운 박사학위 취득자가 쏟아져 나온다.
지난 2월에도 전남대 150명, 조선대 85명 등 이 지역 대학에서 박사학위 졸업자가 다수 배출되었다. 그런데 이들 가운데 20~30대 젊은 학생은 소수이고 대부분은 40~50대 이상 나이가 지긋한 중년의 직장인들이다. 이른바 ‘주경야독’을 통해 박사학위를 취득한 경우이다.
20대 해외유학파 박사도 취업이 어려운 판에 중년 직장인들이 박사학위를 취득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중년 직장인들이 박사학위에 매달리는 이유는 감원과 명예퇴직 등 사회전반에 불고 있는 상시적인 고용불안에 대한 자구책이라 할 수 있다.
동기야 어떻든 전문화된 사회에서 박사학위 소지자가 늘어나는 것은 한편으로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고급인력 양성을 통해 사회자본이 확충되면 그만큼 각 분야에서 생산물의 질적 향상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러한 기대효과는 박사학위 소지자에게 계속해서 연구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주었을 때 가능한 일이다. 박사학위 취득은 학문의 숙련자라기보다는 연구자로서 첫발을 내딛는 새내기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이다. 직장 안팎에서 박사로서 연구활동을 계속 이어가는 경우를 찾아보기는 매우 어렵다. 대학이나 개인이나 박사학위 취득이 궁극적인 종착점이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러한 현실은 고비용으로 양성한 고급인력을 사장시키는 결과로써 사회적·경제적 비용을 낭비하는 꼴이 된다.
지역사회 연구인력 적극 활용해야
따라서 대학에서 양성된 박사인력을 직장 안팎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한다. 이는 누구보다도 대학이 주도적으로 나서야 하는데 전혀 관심 밖이다.
박사 인력을 지역사회 혁신의 동력으로 활용하기 위해 대학들이 이들과 네트워킹을 유지하며 ‘지역의 문제’를 함께 해결하고자 하는 인식이 필요하다.
가장 시급한 과제는 전자도서관의 논문검색 사이트를 개방하는 일이다. 신규 박사 졸업자가 연구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꾸준히 최신논문을 읽어야 한다. 그런데 학위를 마치고 나면 대학전자도서관 접속이 차단되기 때문에 논문을 접하기가 어렵다. 대학측은 접속자 수만큼 사이트 운영자에게 사용료를 지불해야 하는 비용부담을 이유로 졸업과 동시에 접속을 막고 있다. 그러나 이는 결국 고급 연구 인력을 사장시키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다음으로 박사졸업자를 대학의 부설연구소에 객원연구원으로 위촉해 산학연계의 고리로 활용하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산업현장에서 오랜 기간 쌓아온 경험과 노하우를 대학연구소에서 흡수해 숙성된 논문과 이론으로 정립하면 실사구시적인 학문체계가 구축될 것이다.
오늘날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어느 분야를 막론하고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한 혁신활동이
요구되고 있다. 특히나 광주‧전남의 경우 연구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그나마 양성해놓은 고급인력마저 제대로 활용이 안되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평생학습 시대에 박사 학위자의 선순환적인 인력활용 방안이 적극 검토되어야 한다. 그 책무는 대학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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