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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광주산업화 한 세기, 지역 상공인들의 대행진

광주산업화 한 세기, 지역 상공인들의 대행진

 

박준수 시인경영학박사

 

광주에 산업화가 시작된 지 1백년 가까이 되었다. 광주 산업화의 출발점은 오늘날 일신방직전방의 전신으로서 1935년 북구 임동에 들어선 종연(가네보)방직으로 볼 수 있다. 물론 그 이전에도 광주도시제사, 약림제사와 같은 큰 공장이 있었으나 고용규모와 제조방식 등 산업 파급효과 측면에서 볼 때 종연방직 설립을 산업화 시발점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

일제강점기에 세워진 종연방직은 전쟁 특수와 내수 소비에 힘입어 상시 고용인원이 3천 명에 달하는 국내 최대 방직공장으로 성장했다. 그리고 해방 후에는 김형남김용주 등 민간기업인에 불하돼 전남방직으로 상호를 변경, 1970년대 수출드라이브의 주역이 되었다.

 

광주산업화의 원천 자강운동

 

그러나 1950년대 후반 전남방직은 경영합리화를 이유로 본사를 서울로 옮겨 가 지역민들에게 큰 상실감을 안겨주었다. 그 당시 상공인들은 광주상공회의소를 중심으로 전남방직의 본사 이전을 막기 위해 대대적인 반대운동을 펼쳤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타 지역에 비해 공업화가 절대적으로 낙후되었던 상황에서 그나마 있는 전남방직마저 본사를 이전해 가버리자 지역상공인들은 깊은 각성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것은 장차 스스로 힘을 키우는 경제적 자강(自强)운동의 불씨가 되었다. 최초의 깃발은 금호그룹 창업주 박인천 회장이 주창한 전남근대화촉진운동이었다. 박인천 회장은 제1~8대까지 25년간 광주상공회의소 회장을 맡으면서 아세아자동차(기아자동차 전신)공장설립, 광주공업단지 건설, 나주비료공장 유치 등에 앞장 서 광주전남 공업화의 토대를 닦았다.

박 회장의 뒤를 이어 광주상의 회장에 취임한 신태호 동화석유 회장은 15년간 줄기차게 광주권생산도시화운동을 외쳤다. 그 당시 괄목할 성과 중 하나는 오로지 지역상공인들만의 자금으로 본촌송암공단을 조성한 일이다. 정부에 의존하지 않고 지역상공인들이 스스로 공단을 건설한 예는 전국적으로 드문 사례로 광주상공인들의 커다란 자부심이 되었다. 이러한 지역상공인의 자강운동은 정부에 긍정적인 반향을 불러일으켜 광주 최대 산업단지인 하남공단 건설에 기폭제가 되었다. 신 회장은 이후 산업단지를 조성해 대기업 공장을 유치하는 것만으로는 지역경제를 살찌우기 어렵다고 판단, ‘2 광주권생산도시화운동으로서 중소기업 500개 창업운동을 추진했다. 산업의 수평적수직적 계열화를 통한 지역발전 전략을 도모한 것으로 시의적절한 선택이었다.

신 회장의 뒤를 이어 고제철박정구 회장이 취임해 첨단산업단지를 거점으로 한 첨단산업 육성에 박차를 가했다. 우수 과학자를 길러내는 광주과학기술원(지스트)을 설립해 과학기술 중심의 산업구조 선진화를 구현하고자 하는 염원이 담겨 있었다.

 

낙후 탈피눈물겨운 투쟁의 역사

 

IMF 외환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2000년대 들어서 마형렬이승기박흥석 회장이 광주상공회의소 회장에 취임해 지역 전략산업인 광산업을 성공적으로 안착시켜 오늘날 광주가 광산업의 메카로 자리매김하고, 자동차 100만대 생산기지 구축에 심혈을 기울였다.

2010년대 후반 이후 오늘날에는 김상열정창선 회장이 취임해 인공지능(AI) 중심도시 조성사업과 광주형일자리인 광주글로벌모터스(GGM)의 출범 등 순조로운 항해를 계속하고 있다.

지난 한 세기 광주의 산업화 과정을 돌아보면 지역상공인들의 피와 땀이 어린 눈물겨운 투쟁의 역사라 아니할 수 없다.

정치적 소외와 수도권 경제집중 구조 속에서 지역상공인들은 낙후된 지역산업 굴레를 벗기 위해 때로는 투쟁하고 때로는 미약한 힘을 한데 모아 오늘날 광주전남의 산업지도를 만들어낸 것이다.

누군가는 이처럼 지역상공인들이 걸어온 고난의 노정을 가리켜 광주전남이 숙명처럼 안고 살아온 지역간 불균형 개발의 악순환과 소비도시의 병폐를 극복하기 위한 상공인들의 생존투쟁의 역사기록이다고 환기시켰다.

오는 510일 윤석열 대통령의 새로운 정부가 출범을 앞두고 있다. 윤 당선인은 후보시절 광주전남에 각별한 관심과 애정을 표하면서 희망의 메시지를 내놓은 바 있다. 광주 산업화 1백년에 즈음해 지역간 불균형 개발의 악순환이 더 이상 반복되지 않도록 새 정부의 통 큰 지역균형개발 정책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