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강 2
박준수
뜨거웠던 날들은 저물고
차갑게 시들어버린 빈 껍질들이
강물 위에 부스럭거린다
겨울강에는 두 개의 선율이 흐른다
낮은 음계로 목을 돋우는 강물과
높은 음으로 물살을 거슬러 노니는 물새떼,
억새 숲은 바람의 추임새에 제 몸을 맡긴다
그러나 그들은 한 곡조로 노래한다
지난 추억들이 물비늘처럼 반짝거린다
강 한가운데 낚시를 던지는 어부의 모습이
추억을 낚으려는 나의 마음을 그리는 것 같다
삶이란 때로는 범람하는 강물에 젖기도 하고
메마른 모래톱 징검다리를 건너가기도 한다
겨울강은 거울이 되어 나를 비추인다
지나온 길을 뒤돌아 보지 않는 강물이여,
홀로이 아득한 제 길을 가는 나그네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