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필
만년필은 나에게 영감을 일깨워주는 마술피리와 같다
젊은 날 첫사랑이 수줍게 내민 초록색 만년필은
나의 심장에서 시가 솟아나게 했다
신문사 시절 만년필은 세상을 올곧게 기록하는
정론직필의 푯대가 되었다
컴퓨터가 등장해 펜으로 글 쓰는 일이 드물어졌지만,
만년필의 촉감은 늘 내 마음에 그리움으로 스며들었다.
얼마 전 아들로부터 독일제 만년필을 선물 받았다
평소 말수가 없이 무심하던 녀석이
속 깊게 아빠의 마음을 헤아리고 있었던 것일까
잉크를 채워 글씨를 쓰면서 아들 생각에 심쿵 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