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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노트

아버지의 왕국

아버지의 왕국

               -2014.7.5 49재 맞아

 

푸른 숲들이 기운 언덕

개망초꽃 목마른 들판을

부슬부슬 장맛비가 내리고

아버지의 영토에

칠월의 세월이 무성하다

평생 흙과 등졌던 한량(閑良)이었지만

어머니가 흙으로 돌아가신 후

스스로 농투성이가 되어

밭을 일구고 나무를 심어

왕국을 건설했지

젊은 날 어머니에 대한 독재(獨裁)를 반성하며

뜨거운 회심(悔心)으로

속죄(贖罪)의 탑을 한 층 한 층 쌓아올리셨지

어느 날 마침내 산상 왕국이 완성되자

아버지는 영원한 성주(城主)가 되고자

성문 굳게 잠그고

자신만의 비밀 영토로 들어가셨지

지상에는 감나무, 살구나무, 사과나무

머문 손길마다 열매가 주렁주렁 

가을을 기다리는데
성문은 언제쯤 열려 주인이 오려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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