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실 회상
밤마다 나는 병문안 가는 꿈을 꾼다
그가 떠난 낯선 병실로
노을이 밀려왔던 그 시간
창백한 얼굴에 어색한 미소가 스쳐갔다
나의 일상적 안부가 무척 그리웠는지
눈빛이 빛나던 순간
어둠이 지상에 수북히 내리는 줄
까마득히 모르고 계단을 내려와
불빛이 뒤덮은 거리를 돌아오면서
나는 하루를 마감하는데
그는 병실에서 생의 끝자락을
비밀스레 접고 있었다
아주 오랜만에 가까이서 마주 본 얼굴
내가 읽어낸 것은
그의 병실료와 기저귀와 물티슈, 그리고 간병비......
그런 숫자들로 뒤범벅이었다
왜 그 때
오랜 유년의 기억을 반추하지 못했을까
불안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던 그 얼굴
반전에 숨겨진 따스한 느낌을 그리워 하며
나는 밤마다 병실 복도를 걷는다
슬픔도 두려움도 없이
자신의 삶을 회상하던 그 얼굴
잔상처럼 내 마음에 머물러 있는데
큰 산 그림자 넘을 수 없어
그리고 울 수도 없어
밤마다 나는 병문안 가는 꿈을 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