쉰살의 일기
스무살적 앓은 불면증이
서른해가 넘어서
다시 찾아왔다
잠못 이루는 밤
책상에 앉아 일기를 써본다
꿈을 적는 대신
옛날을 회상한다
아내의 잔소리
막내 아들의 푸념
그러고 보니
세월이 많이도 흘렀고
가족이라는 나의 성도 쌓았다
일기의 주인공이 여러 명이 되었다
불면의 밤
아내의 코고는 소리
아들의 뒤척이는 소리
밤바다에 일렁이는 파도처럼
내 귓전에 해조음이 들린다
불면의 밤은 길고 인생은 짧다
일상의 한 자락에 새기는
상념의 편린들
해변의 발자국처럼
아름다운 추억이 되리니...
쉰살의 그대여
고뇌에 찬 밤을 낭만하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