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작노트

가을비

가을비

 

<1>

이런 날엔 편지를 쓰지

그저 쓸쓸한 마음과 취하고 싶어

이미 젖은 추억 속으로

나는 걸어갔고

바람이 차가운 손을 잡아주었어

누군가 할 말을 숨기고 있을 때

세상은 꿈을 꾸지

담장 밑에서 한 여름을 피워낸 장미처럼

아파트 창마다 가을 하늘이 물들었어

아무도 보이지 않는 저 공간에

불빛이 새어나오는 걸 보곤

그녀의 젊은날 초상을 생각했어

 

<2>

삶이란 메마른 것

잠시 대지에 머물다 흙바람이 되어

정처없이 떠도는 것

누군가의 그늘 아래 서성대다가

누군가의 그늘이 되어 침묵하다가

이렇게 마음이 잠길 때

너의 젖은 몸이 그리워졌지

 

<3>

눈빛이 아직도 생생해

저토록 푸른 하늘을 본적이 없거든

우울증이 심할 때면

네가 건네준 거울을 보지

거리를 거닐 때

하늘에서 내려오는 거울

순수한 너와 나의 마음이 합쳐져

물들어버린 저 환희

숨막혔던 시간과의 조우

생명의 자리에서 정지한 붉은 장미,

여기 가을이 오고 있군요

대문 우편함에 빗물에 번진

오래된 이름,

가을비........

'시작노트 ' 카테고리의 다른 글

눈꽃  (0) 2014.12.31
주남저수지에서  (0) 2014.09.28
  (0) 2014.08.26
쉰살의 일기  (0) 2014.08.18
어머니  (0) 2014.07.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