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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역사의 심판 앞에 당당히 나서라

전두환, 역사의 심판 앞에 당당히 나서라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87)이 어제(7일) 열린 형사재판에서도 또 출석하지 않았다.
"독감으로 열이 39도까지 올라 외출이 불가능하다", “신경쇠약으로 법정에 출석하기 어렵다”는 등 갖가지 구차한 변명을 들어 사실상 출석을 회피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5월 불구속기소 됐지만 재판부 이송 신청과 아울러 관할이전 신청도 했다.
전두환은 2017년 4월 펴낸 회고록에서 1980년 5·18 당시 군의 헬기 기총소사 사실을 증언한 고(故) 조비오 신부를 비난하고 헬기 사격 사실을 부정해 조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를 받고 있다. 생전의 조 신부는 지난 1980년 5월21일 광주천 불로동 다리 쯤에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전두환은 조 신부를 ‘사탄, 파렴치한 거짓말쟁이’ 등이라고 비난한 바 있다.
그러나 재판부는 “5·18은 신군부 정권 장악을 위한 5·17 비상계엄확대조치에 반대하고 민주 정부 수립을 요구하는 광주 시민들의 시위가 정국 장악에 상당한 장애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한 신군부가 무리한 진압 활동으로 과도하게 총기를 사용해 수많은 시민이 희생당한 민주화운동으로 역사적 평가가 이뤄진 지 오래됐다”고 판시했다.
그는 건강 때문에 광주까지 갈 수 없다며 재판부 이송 신청을 했지만 수용되지 않았고 두 차례의 연기신청 끝에 지난해 8월27일 열린 첫 재판에도 알츠하이머 진단을 이유로 출석하지 않았다.
그의 이같은 태도는 한때 한 나라의 권력자로 군림했던 위엄과는 사뭇 다른 비굴한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전씨는 수많은 광주 시민을 학살한 것뿐만 아니라 5·18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던 젊은이를 감옥에 가두는 등 80년대를 독재와 암흑으로 만들었다는 지탄을 받고 있다. 이번 재판은 38년 만에 이뤄지는 5·18 진상규명의 시작이고 책임자를 단죄하는 역사적 심판이다. 전 씨가 자신의 말과 글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은 최고권력을 누린 자로서 최소한의 도리이다.
광주시민들은 “구인장을 발부해 강제 구인해서라도 전씨가 역사 앞에 속죄해야한다”고 강하게 촉구하고 있다. 전씨는 스스로 재판대에 서서 역사와 법 앞에 진실을 말해 원죄를 씻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