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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노트

골목길

골목길


굽이굽이 미로(迷路) 사이로
낮은 기와지붕들이 굴딱지처럼 엉켜있는 양동(良洞) 골목
단칸방과 상하방에는 까까머리 아이들이
시루속 콩나물처럼 머리를 밀어 올린다.
밤새 문풍지가 울다가 지쳐
어슴프레 새벽이 오면
어디선가 대문 열리는 소리
어머니의 발자국 소리가 잠결에
나뭇잎처럼 흘러간다.
아침이면 사람과 사람이
저자거리처럼 북적거리다가
저녁이면 불꺼진 방으로 찾아드는
회귀성 마을
군데 군데 가난이 묻어나는 살림살이에는
소금꽃을 피우고 있다
문간방에 아버지의 소주병이 나뒹굴고
헌옷를 깁는 어머니의 밤은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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