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작노트

추억 채굴

추억 채굴

 

 


지난 인생을 되돌아 보면
우두커니 서 있는 산 하나
울창한 나무들이 자라고
군데 군데 봄꽃이 피었으니
아름다워라
허나, 그 아래
바위가 짓누르는 지층 속 어딘가에
남모르는 화석이 감춰져 있다
채굴장비로 파들어 가면
석탄이 되어 단단히 굳은 상처들
젊은 날 꿈을 좇아 방황하던
추억의 地下林이 있다
인생이란 결국
추억을 채굴하는 것
죽는 날까지 광부가 되어
추억을 캐내다가
폐광이 되는 어느 날
빈 동굴 안으로 들어가 겨울잠 자는 한 마리
승냥이, 아니면
호접(胡蝶)같은 것
오늘도 긴 갱도를 따라 젊은 날의 화석을 줍는다.

 

'시작노트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월 금남로에서  (0) 2012.05.18
사랑이란  (0) 2012.05.08
낡은 철교에서  (0) 2012.05.01
4월의 끝자락  (0) 2012.04.29
골목길  (0) 2012.04.22